“최근 넷플렉스에서 흥행하고 있는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은 균형발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잘 나가는 사회도 끝없이 잘나가려고 하고 못나가는 사회는 그런 상황에서도 기를 쓰고 잘 살려 합니다. 그러나 이미 출발자체가 불균형하기 때문에 이 게임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게임이고, 자칫하면 결국 데스게임이 되는 것입니다.” 송하진 지사가 10월 1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 및 초광역 협력지원전략 보고회’에서 한 말씀이다. 

송하진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하고, “(초광역 협력이) 결코 영화 오징어게임 같은 데스게임이 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패자를 밟고 일어서서 패자에게는 아무 관심 없이 승리의 환호를 지르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고 호소했다. 대통령 앞에서 호소하는 송 지사의 말씀은 마치 제갈량이 위 나라 공격을 앞두고 황제 유선에게 올린 출사표와 같이 심금을 울린다. 송 지사는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과 같은 초광역 메가시티에만 자원을 집중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뒤처진 전북을 새만금권역과 묶어서 광역권으로 개발시켜 달라는 충정의 발로로 보인다.

송하진 지사의 호소는 과거 정권의 특정지역 중심의 발전 전략의 폐해를 특별히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정치구조적 역사의 반성을 기반으로 한다. 특별한 차별을 특별한 지원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전라북도가 가진 역사문화자원 등을 활용해 새로운 발전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수용할 만한 이론이다. 이 입장에서는 정치적 리더십의 함양과 전략적인 실천, 모험적인 도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문화적으로 전라북도는 마한의 중심이자 백제의 중방과 남방, 후백제의 수도, 조선의 발상지로서 국가의 근본이 되는 땅이다. 또한 중앙대학교 송화섭 교수가 자신의 역저 『줄포만과 변산반도의 해양문화』에서 정립한 것처럼 전라북도 서해안은 고대로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해양문화의 중심지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의 고인돌 문화는 남인도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절강성을 거쳐 한반도에 상륙했다. 부안의 죽막동 제사유적은 5-6세기 백제시대 해양신앙을 입증하는 것이며, 동진강과 주류성 일대는 백제의 부흥 전쟁기 왕도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고부와 줄포만은 후백제시대 해양경영과 대륙교류의 거점이었다. 고군산군도는 고려 시대에 송나라 사절단이 처음 입국하는 장소임을 송나라 사신 서긍이 「선화봉사고려도경」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새만금은 세계 최고 첨단의 새로운 21세기 해양도시 문화를 건설할 수 있음을 오늘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새만금에 국제특구를 만들어 자유롭게 국제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바이오메디컬시티를 조성해 국제적인 의료관광단지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새만금은 세종특별자치시처럼 국가주도로 새만금특별자치시를 만들 수 있다. 해양문화의 중심지인 줄포만과 변산반도 등 새만금 일대의 역사와 문화가 충분히 이를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정부의 초광역권 메가시티 조성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참된 뜻이 지방소멸을 막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면 송하진 지사의 읍소대로 전북·새만금 광역권의 특화 전략수립이 더욱 더 절실하다고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대해 각별히 관심을 갖고 풀어나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송 지사의 눈물어린 호소가 출사표처럼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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