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사진작가의 사진전 '침묵의 사이렌'이 2일부터 14일까지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열린다. 

작가는 김제평야를 프레임에 담았다. 온 벌판이 하나의 논이어서 '징게맹개 외배미들'이라고 불리는 곳을 포착했다. 

서해바다로 나가는 평야의 끝자락 거전 갯벌과 만경, 진봉, 성덕의 거칠 것 없는 들판, 석양빛으로 붉게 타는 황토 등 농촌의 현실 기록했다. 

권은경 작가는 "순창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는 산만 보고 살다가 어느 날 할아버지와 기차를 타고 가다 사방이 탁 트인 풍경을 처음 보게 됐다"며 “할아버지가 김제라고 알려준 그 너른 평야에서 땅기운을 강하게 느꼈고, 어른이 되어 이곳에서 큰 위안을 얻고 있다”며 김제 들판과 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사진전 타이틀은 '침묵의 사이렌'이다.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로,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배를 침몰시키는 마녀. 현재적으로는 '경고'의 메시지로 쓰인다. 

텅 비어 가는 농촌 들녘에 대한 무언의 경고이자 아쉬움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권은경 초대전을 준비한 조미진 ‘향교길68’ 대표는 “그녀의 작품과 처음 마주했을 때 전율을 느꼈다”며 “김제 만경 그 너른 들판에서 피어나는 삶의 흔적과 희망, 그리고 안도감... 내가 항상 마음속으로 그렸던 풍경, 위로받고 싶을 때 찾아가는 그 풍경이 그 곳에 있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권 작가는 지난 9월 IPA(국제 신문편집자협회) 주최 사진전에서 비프로 경쟁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국제사진전에 다녀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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