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조선건국(1392년)이라는 역사적 한 획을 그은 이성계가 창극으로 태어나 무대에 오른다.

패전을 모르는 맹장에서 한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이성계의 고뇌와 외로움을 범패, 굿소리, 서도소리, 대취타, 군가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가미해 만든 창극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박현규)은 오는 11월 5일(19시30분)과 6일(1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달의전쟁-말의 무사 이성계’라는 제목으로 창극단 정기공연을 연다. 

국악원은 당초 이성계라는 인물을 두 차례 창극 공연으로 선보였다. 

지난 2016년 개원 30주년 대표공연으로 ‘이성계, 해를 쏘다’와 2017년 ‘청년 이성계’까지 전라도와 이성계의 인연, 고려인으로써 정체성을 고민하는 부분 등을 보여줬다. 

이번 ‘달의 전쟁-말의 무사 이성계’에서는 섬김의 리더십과 남다른 전술로 역사의 획을 그은 인물이자 고려 최고의 무사였던 이성계의 일대를 통해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전쟁의 참혹함과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을 집중 조명한다. 

총 2막 9장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승리를 거머쥐고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군사들과 백성들을 위해 고뇌하던 인간 이성계의 괴로움을 ‘달’이라는 매개체로 그려낸다. 그리고 장수의 외로움을 함께하고, 용기를 북돋아 줄 존재로 ‘말의 정령’이라는 영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성계가 지닌 내적인 고뇌를 관객들에게 신비롭게 전달한다. 

창극단원들은 이성계의 삶과 가치관을 소리와 부채 발림만으로 생생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실제 27일 시연 공연에서는 이성계와 오랜 시간 전장을 함께 누빈 애마 유린청과 형제의 정을 나누는 장면과 고려를 괴롭히던 아지발토를 이성계 지략으로 무너뜨린 후 승리의 기쁨과 남은 자로서의 죄책감 등 이성계의 희노애락을 깊이 있는 소리로 선보였다. 특히 국악관현악단과 객원 무용수들은 이성계의 인간적인 고뇌에 주목하며 섬세한 움직임과 선율적 미를 표현, 창극의 재미를 더했다. 

주요배역의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이성계 역을 맡은 김도현은 2015년 국악원에 입단해 ‘청년 이성계’의 최유, ‘이성계, 해를 쏘다’ 이방원 역 등 굵직한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김도현은 KBS 국악경연대회판소리 장원,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밖에도 박동진 판소리 명창·명고대회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한 최현주, 국립국악원 온나라국악경연대회 1위를 차지한 김정훈 등이 출연한다. 

여기에 전국 고수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조용안 명고가 총 연출을 맡았으며, 오랜 기간 판소리 창작 작업을 이어 온 소리꾼과 고수·프로듀서가 모인 작업 공동체 입과손 스튜디오(이향하·이승희·김홍식·유현진·김소진)가 정세량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대본을 각색하고 연출했다. 

조용안 총연출은 “창극연출은 처음이라 적지 않은 부담과 설레임이 있었지만, 극장 구조의 정형화와 연기형식의 고전적 답습 문제로 질적 성장을 이룩하지 못한 지금의 형태가 아닌 판소리의 뛰어난 전통적 예술성을 드러내 한국 고유의 독창적 공연양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객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약하지 못한 관객은 공연 당일 1시간 30분 전부터 현장 좌석권을 선착순으로 배포한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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