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국내 지역학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전국적으로 지역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프로그램들이 속속 나오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고 그 수준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학의 발달은 1990년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본 궤도에 접어들었다. 지역의 고유한 지역성의 바탕 위에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시하자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주로 지역의 문화나 역사 연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 하나 지역학 연구를 자극한 것은 국제화와 지방화가 결합한 글로컬리제이션이라는 신조어이다. 국가 단위가 아니라 지역 단위의 국제교류가 대세가 되는 가운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경쟁력 강화가 필수라는 인식이 일반화 됐다. 

전북에서도 전북학이라는 용어가 자주 눈에 띈다. 각 대학에서도 지역학 관련 연구소가 설치되고 전북연구원은 지난 2019년 전북학 연구센터를 만들고 활동에 들어갔다. 도민강좌와 우수학위 논문 지원, 학술대회 등이 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본보 역시 매년 전북학 관련 학술세미나를 개최해왔다.

마침 22일 익산 원광대학교에서는 제1회 전북학 대회가 개최됐다. 전북연구원 전북학 연구센터와 원광대 익산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 행사는 ‘전북지역 연구의 회고와 새로운 지평’이었다. 박맹수 원광대총장의 ‘전북의 문화 원형과 자긍심’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5개 주제 발표가 이어지고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제야 모양을 갖춘 학술대회가 큰 규모로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연구가 부진했다는 반증이다. 전북학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걸맞은 대우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부 교수나 지식인, 언론 등이 산발적으로 지역학에 관심을 갖고 나름 활동을 했지만 제한적이었다.

지역학은 단순히 지역 정체성 확립에만 기여하는 게 아니다.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애향심을 바탕으로 한 지역문화 창달은 물론 관광 자원 발굴, 지역산품에 대한 브랜드 가치 상승 등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앞으로 대학은 물론 지자체, 사회단체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학 연구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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