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형, '황지330(1981년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노동으로 실현된 인간화, 삶의 진실을 향한 자유롭고 창조적인 세계를 그리는 황재형(1952~)은 인간 삶의 서사를 밀도감 있게 작품에 표현하며 위안과 안식을 전달한다.

특히 탄광촌 일상에 숨겨진 고단함을 극사실적으로 그려 땀과 노동의 가치를 조명한다. 

1982년 강원도 태백에 자리 잡은 황 작가는 탄광촌이나 탄광촌 사람들의 모습을 현상으로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광부가 돼 그들의 삶을 캔버스에 옮겨 작품을 완성해갔다. 

실제 1979년부터 탄광촌 기행을 시작했고,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강원도의 현실을 보여준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황지330(1981년作)’은 광부의 작업복 상의를 화면 가득히 그린 작품이다.

목 늘어난 쌍방울 러닝셔츠 위로 헤진 작업복이 걸려있다. 상의 왼쪽 주머니에는 신분을 드러내는 표찰이 보인다.

하지만 330번의 표찰은 탄광에 소속되어 있다가 유효기간이 지나면 폐기되는 얼굴 없는 노동자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2m가 넘는 그림 속 작업복의 주인은 1980년 황지탄광에서 매몰사고로 숨진 광부로 화면의 압도적인 크기와 세부를 놓치지 않은 치밀한 묘사는 노동자의 비극을 강조한다. 

강원도에서 3년간의 막장(갱도의 막다른 곳)인생을 거친 '광부 화가' 황재형은 생의 현장 밑바닥을 직시하고, 인물의 면면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전달한다. 

사실적 묘사를 바탕으로 현실의 본질에 다가간 셈이다. 이러한 작가의 화업은 땀의 소중함, 막다름에 처한 절박한 삶의 의지를 드러낸다. 

시대의 삶과 정면으로 마주하려 했던 작가의 신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 ‘황지330’은 정읍시립미술관에서 12월 12일까지 진행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한국미술의 아름다운 순간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정읍시립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관람은 현장 접수 및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전시 관람 문의는 정읍시립미술관(063-539-5178)으로 하면 된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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