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은 기업가 정신이다. 자본주의 본질을 꿰뚫어 본 21세기형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말하면서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역설했다. 비록 20세기 전반기의 주장이었지만 오늘날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게 바로 슘페터의 이론이다. 기업가들은 또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런 자질 가운데서도 모험정신은 기업가들에게 가장 절실한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은 늘 불안정하다. 자칫 잘못 판단하면 그 기업은 큰 손해를 보거나 심하면 도산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기업가들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다름없다. 의사결정자들은 정확한 상황분석이 이뤄진 다음 여러 대안들을 검토한다. 일단 판단이 서면 단호하게 행동에 옮기며 끈기를 갖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기업을 융성케 하고 나아가 국가를 발전 시킨다.

자본주의 전도사 슘페터는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의 회오리 바람’을 일으킨다고 했다. 그저 이윤에만 급급한 자본가 계급과는 달리 기업가들은 정복의 욕구, 창조의 기쁨, 동물적 야성 등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의 기업가 정신은 결국 조직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조직에 대한 신뢰를 심어 좋은 성과를 내는 과정을 밟게 마련이다.

그 사례를 찾는 것은 쉽다. 마차를 대체한 자동차 발명, 애플의 아이폰, 월마트의 인공위성을 활용한 재고관리 등등은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 혁신 사례다. 물론 그 뒤에는 루저들의 실직과 도산이라는 아픔도 따랐다.

영국 경제전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삼성전자를 특집기사로 다뤘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패권 전쟁에서 삼성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금까지의 이 부회장을 ‘수줍고 점잖고 통찰력 있는 성격’이라고 전하고 성공을 위해서는 ‘무자비한(ruthless)’ 면모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영어 단어 ruthless는 다소 과격한 어감을 준다. ‘무자비한’과 함께 ‘가차 없는’, ‘냉혹한’이란 의미를 가졌다. 자본주의 시장을 흔히 약육강식의 정글이라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표현이다. 이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이 아니고 소유경영자다. 오너를 겸한 경영자에게 무자비함은 필수적 요소일지도 모른다. 앞서 슘페터가 동물적 야성이라고 부른 것이 그런 자질일 듯싶다. 왠지 등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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