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과 세면용품의 테스트에는 안구 자극이라는 동물실험을 한다. 어떤 제품이 인간의 눈에 유해한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토끼가 대상이다. 여기에는 제품당 최소 3마리의 토끼가 동원된다. 마취하지 않은 토끼 한 쪽 눈에 물질을 주입하고 다른 눈은 대조군으로 그대로 둔다. 1회 투약 후 21일간 충혈이나 궤양, 손상 등을 살피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 제품의 안전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물론 토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다.

동물실험은 오랫동안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찬성 쪽 논리는 간단하다. 의학과 생물학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학대 문제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인간과 동물은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대우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신과 영혼이 없는 동물을 굳이 인간처럼 대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의견이다.

반면에 반대하는 쪽은 동물실험은 잔인하고 큰 의미도 없다는 주장을 편다.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낀다는 견지에서 산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행하는 것은 생명 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질병 3만 가지 가운데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다는 것도 반대쪽 지적이다.

반대쪽 논리는 별 힘이 없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양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1822년 영국에서는 동물보호법이 최초로 제정됐고 1876년에는 프랑스에서 동물학대법이 탄생했다. 현대에 이르러서 동물실험 반대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운동가들은 의미 없는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학대(cruelty)라고 비난하면서 행동에 나섰다. 결국 유럽 각국은 2000년대를 전후로 화장품 개발에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또 NGO단체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여나가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서울대, 부산대 등 국립대  11곳에서 180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을 실험에 사용했다는 보도다.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이 실험동물 중 60%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문제는 대학에 설치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한다는 점이다. 서울대의 경우 20초당 한 건씩 심사를 했다. 또 동물실험을 승인하지 않은 비율은 평균 1%에 그쳤다.

찬성 반대가 첨예한 동물실험을 당장 그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공 피부조직 등 대체실험법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줄일 수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화장품이 대표적 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은 귀중하다는 생명존중사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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