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움을 향하는 세계의 중심, 전라북도!’ 세계종교평화회의가 내건 2021년 세계종교포럼의 주제이다. 과연 전라북도가 표어대로 종교사상사에서 세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10월 8일 전북대학교 인문사회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유요한 교수는 여러 종교학자들과 함께 이에 대한 답을 내고 전라북도가 ‘성스러움을 향하는 세계의 중심’임을 공인했다. 

유요한 교수는 전라북도가 세계의 중심으로서 배타적인 위상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전라북도가 성스러움과의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계속된 시도를 통해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리를 확고히 지켜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한다. 전라북도는 역사를 통해 부조리하고 불완전한 세상을 뒤바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어 왔기 때문에 다른 어느 곳보다 견고한 ‘세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광활하고 기름진 호남평야가 있음에도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수탈당하고 때로는 무시당하는 것을 뒤바꾸려고 했던 종교적 인간(homo religious)이 있었기에 세계의 중심으로서 우뚝 설 수 있었다.

유요한 교수는 “어둡고 무거운 세상 속에서 그 너머를 꿈꾸고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여러 논문을 통해 전라북도가 성스러움을 향하는 사람들이 있어온 곳이라는 것, 그래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견고한 세계의 중심이 형성됐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전북인들 생각과 일치하는 해석이다. 전북인들은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항상 구원의 희망, 미륵불의 강림, 구세주로서 메시아의 출현을 고대하고 살아온 것이다. 이는 세계적 종교의 공통점이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며, 뭇 중생을 교화시키며 각성시킨다는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개국이념에서부터 천지인 합일과 조화를 지향하는 현묘지도의 풍류, 미륵불 사상, 동학과 증산교, 보천교, 원불교 그리고 천주교와 기독교 사상으로 세계의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보편적 타당성을 이 땅의 종교인들이 염원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와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4대 종단이 세계종교평화협의회를 구성하고 해마다 축제를 벌이는 것도 세계의 중심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박용숙의 『샤먼 제국』이 예시하는 것처럼 전라도의 수도인 전주는 북위 35.4도로 세계 문명의 중심지이다. 마한과 백제, 후백제, 조선의 중심지로서 세계를 지향해온 곳이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최종성 교수는 경주에서 시작된 동학이 전라북도에서 꽃을 피우고 동학혁명으로 민심을 모아 천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라북도는 이처럼 종교의 땅이며, 종교문화를 빼고는 도무지 전라북도를 말하기 어렵다고 한다. 종교포럼에서는 또 전주 경기전이 사당으로 만들어진 종교적 공간이었음을 강조한다. 아울러 원불교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며 미륵의 용화회상과 같은 새로운 회상을 염원한다. 해원상생과 후천개벽의 증산교는 정읍의 작은 마을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도모한 것으로 해석한다. 모두 전라북도가 새로운 시운에 따라 세워지는 세계의 중심임을 공인했다.

이번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유인 조직위원장, 김익두 전북대학교 전 교수 등과 함께 ‘성스러움을 향하는 세계의 중심, 전라북도!’라는 주제를 정했다. 우리는 역사적 교훈을 통해 전라북도 종교의 보편타당성을 믿었다. 이 땅에서 살다간 우리 조상들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종교사상적으로 세계의 중심을 일구어냈다. 5백만 전라북도 도민은 이제 희망가를 힘차게 부르며 구원의 기도를 올리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