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미국 못지않은 인종의 용광로다.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한데다 이민자들에게 관대한 나라라는 특성이 작용했다. 인구 6700만 명 중 대략 10%가 이민자이며 2,3세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20%로 높아진다. 인구 구성을 보면 아프리카계에서부터 아랍계, 유대계, 아시아계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종교도 다양해서 주류인 가톨릭을 비롯해 개신교, 이슬람교, 유대교 심지어는 불교도도 있다.

이 복잡한 인종의 용광로는 그래서 이민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민자들은 단순 노동자가 많고 또 사회적 적응이 쉽지 않아 대부분 사회 기층민으로 살아간다. 방리유는 도시 외곽의 이민자 집단 거주지다. 이곳에서는 주민과 경찰의 충돌이 잦고 때로는 대형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방리유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바로 축구 스타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프랑스 축구국가대표팀의 다수는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할 때 엔트리 23명 중 21명이 이민자였다. 이 가운데서도 15명은 북아프리카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앙리, 지단, 플라티니 등 축구 스타들 역시 프랑스 본토 출신 백인이 아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CNN 방송은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레인보우 팀’이라고 부른다.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한 피부색의 선수들이 팀을 구성한다는 뜻에서다. 프랑스 국내에서도 축구 대표팀은 다인종 표본이자 화합의 상징이다. 인종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해도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대회나 UEFA 대회에서 우승하면 온 국민이 하나가 된다. 사회적 통합의 심벌이 된 것이다.

유럽의 최강자를 가리는 20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프랑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프랑스는 11일 이탈리나 밀라노에서 열린 이 대회 결승전에서 강적 스페인을 2대1로 누르고 유럽 정상에 올랐다. 역시 이 경기에서도 이민자 출신인 음바페와 벤제마가 맹활약했다. 프랑스 사회가 반색한 것은 물론이다.

오늘날 프랑스는 이민자 문제와 그로 인한 범죄, 테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축구 대표팀은 각종 대회에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사회에 단비 역할을 한다. 어찌 보면 사회 병리를 치유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스포츠가 갖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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