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449년은 영어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게르만족의 일파인 앵글로색슨족이 북유럽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당시 영국에 살던 켈트족이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이민족들을 막아내기 위해 앵글로색슨족에게 구원을 요청해 이를 빌미로 대거 침입한 것이다. 결국 이들은 영국 전역을 점령하고 저항하는 종족들을 짓밟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언어를 널리 유통시켰다. 이것이 영어의 시작이다. 그러니까 영어는 불과 15만 명으로 추정되는 앵글로색슨족이 쓰던 게르만 방언이었던 셈이다.

오늘날의 영어의 힘은 대단하다. 학자들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15억 명 이상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상에는 1500가지나 되는 언어가 있지만 영어만큼 많은 사람이 광범한 지역에서 쓰는 언어도 거의 없다. 인터넷은 영어가 70%를 차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영어 모르고 거래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면 왜 이렇게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위력을 떨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설명이 있지만 ‘다른 언어를 흡수하는 능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어는 세계에서 가장 어휘 수가 많은데 이중 50%가 외국어에서 차용한 것들이다. 영어에 들어온 외국어의 숫자가 50여 개를 넘는다고 한다. 이런 개방성이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고 또 외국인들이 영어를 익숙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초강대국 미국의 존재도 영어 위상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인의 주류는 앵글로색슨족이다. 미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자리 잡자 자연스레 그들이 쓰는 영어의 힘도 세졌다.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개정판에 한국어 26개 단어가 추가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한류에 관련된 어휘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우선 한류( hallyu)라는 단어는 ‘한국과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증가를 말한다. 특히 한국의 음악, 영화, 프로그램, 패션, 음식의 세계적 성공이 대표적 현상이다’고 풀이했다. 또 오빠, 언니, 케이뷰티, 먹방, 김밥, 반찬, 삼겹살 등도 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영어는 외국어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다. 그리고 그 수용성이 영어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한국어도 이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한국어가 보다 힘을 갖기 위해서는 지구촌 언어 사용의 변화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한글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어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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