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도 ‘돈’보다는 ‘가치’가 우선이에요. 하지만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초기자금이 필요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위시아트랩(we’c artlab)’은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요.”

금요일 저녁 8시. 오후 내내 장수군에서 도예수업이 있어 늦었다며 함께 예비사회적기업사무실로 들어오며 한송지 대표(28)가 건넨 첫 마디는 이제 공동체에서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위시아트랩’의 근황이었다.

“2018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의 컬처메이커 양성과정을 듣고 처음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1기 교육생 중 한 명이었죠. 도예, 회화 등 각자의 분야에 맞는 예술교육과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몇 년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단순 프로젝트성을 넘어 지속적인 활동으로 더 성장시켜보고 싶더라고요. 또, 공동체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다 보니, 활동에 대한 욕구도 차이가 있었어요. 어떤 사람은 취미나 여가활동으로 공동체 활동을 원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활동을 ‘일’로 만들어 보고 싶기도 했죠. 그리고 전 당연히 후자였죠. 저는 진짜 이 활동에 진심이었거든요. 그냥 취미나 여가활동 정도가 아니라 이 활동을 진짜 내 ‘일’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위시아트랩’도 공동체에서 유한회사로 변화가 있었어요. 꽤 용감했죠?”

그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며 졸업하기 전부터 완주군 이서면에 위치한 ‘별빛공방’을 어머니와 함께 운영해왔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공방을 운영하시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도예와 자수도 함께 배웠고, 예술강사로도 꾸준히 활동해 왔다. 그러다 2018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의 컬처메이커양성과정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공동체 활동가로 행보를 시작하게 됐다. 동시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공동체 ‘위시아트랩’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초창기 활동부터 좋은 의미와 취지로 함께 시작했지만 몇 년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현실적으로 본업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위시아트랩’의 활동만으로는 성장을 위한 경험 외에 구성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기는 어려웠던 터라, 오히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기 때문에 이별을 맞이해야만 했던 안타까웠던 순간도 있었다.

“돌아보면 2018년에 많은 일이 있었던 거 같아요. 2018년 12월 20일. 지금도 기억하는데 이 날짜가 공동체로서 ‘위시아트랩’이 처음 만들어졌던 날짜거든요. ‘위시아트랩’은 처음 청년 예술가들의 활동으로 시작했어요. 지역에서 예술로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보자는 포부였죠. 하지만 그때 공동체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고민도 같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나는 예술인이가 활동가인가, 과연 나는 예술을 하고 싶은 건가 사업을 하고 싶은 건가, 이런 물음들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보는 시간이었죠. 생각해보니 2018년부터 2019년은 정말 그런 고민들로 생각이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힘들다면 힘든 시간이었죠. 그리고 처음에 같이 하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순간들은 너무 안타까웠어요. 함께 하는 친구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그만두게 될 때, 그 이유에 대해 공감했고 그래서 더 고민하게 됐던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도 계속 고민했던 시간이었죠.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한송지 대표는 지난해,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던 별빛공방의 공동대표를 내려놨다. 어머니와 함께 공방을 운영하는 활동도 좋았지만 이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위시아트랩’을 준비하는 데 전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 ‘홀로서기’를 한 셈이다. 2020년에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 현재 사회적기업가 성장지원센터에 입주해있다. 올해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신청을 하기도 했다.

“처음 공동체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막연히 지역의 청년예술가들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제가 원하는 활동의 방향이 좀 더 명확해지더라고요. 저는 청년예술가 중에서도 ‘경력단절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저희 선배들만 봐도 아직도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그 이후에는 활동을 할 수 가 없더라고요. 사실 저는 몇 년 전까지만해도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가 낯설기도 했어요.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잘 몰랐죠. 그런데 그게 주변에서 현실이 되는 거에요.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결혼과 육아 후에도 예술활동을 내 ‘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꺼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한편으로 용기와 위안을 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함께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요.”

한송지 대표는 ‘위시아트랩’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사회서비스로 만들고, 청년예술가이자 경력단절여성들을 문화예술교육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경력단절여성들이 ‘언제든 사회적 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공방을 운영하며 이서에 경력단절 여성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그분들 중 많은 수가 강사활동을 꿈꾸고, 준비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활동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배웠는데, 그런 시행착오도 줄이고 기회도 같이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육아를 하다가도 내가 다시 활동을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적어도 전북권에서는 그런 곳이 ‘위시아트랩’이었으면 좋겠어요.”

‘위시아트랩’은 지난해까지는 교육스타트업으로 주요 활동을 해왔지만, 올해 들어 교육과 더불어 ‘지역의 일상과 숨겨진 보물’을 주제로 한 상품개발까지 확장했다. 진행되고 있는 상품은 누구나 쉽게 일상제품으로 접하기에 부담 없는 콘텐츠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업이 급작스레 중단되는 일이 늘어나자 보다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상표출원과 특허까지 준비하고 있다.

“요즘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물론, 교육도 계속 진행할 거에요. 하지만 코로나19처럼 주변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속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요. 물론, 그 상품도 제가 생각하는 가치를 담은 것이지만요. 어떤 방향이든,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차근차근 하나씩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렇게 저도, ‘위시아트랩’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싶어요. 요즘도 공동체 ‘위시아트랩’으로 같이 활동을 하던 분들하고 연계가 필요한 활동이 있으면 함께 하고 있어요. 느슨한 연대라고나 할까요? 그런 협업구조도 계속해서 실험해 보는 중이에요.”

지역의 청년예술가에서 공동체 활동가로, 이제는 자신이 꿈꾸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기업가’로서 거듭나고 성장하는 한송지 대표와 ‘위시아트랩’의 실험과 도전을 응원한다./오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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