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우리 민족의 전통을 살리고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지, 친구들 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명절중 하나다. 주위 사람들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오랜 미풍양속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농축산물은 명절 선물로 제격이다. 명절 본래의 뜻을 되새길 수 있는 데다, 주고받는 사람 모두에게 감사와 정성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선물 준비에 고민도 많이 하고 분주할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다시금 세계를 삼키다시피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지길 기대했는데 그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이번 추석명절도 가족, 친지간의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정다운 모임이 어려워 보인다.

 추석을 맞는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예년에 없던 늦은 장마와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의 명절 농축산물 선물가액 일시적 상향 예외의 부정적인 기류가 전해져 한 가닥 희망도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이런 때 농축산물 최대 대목인 추석시장은 농민들에겐 한 줄기 빛과 같다. 이번 추석 선물은 우리 농업과 농가소득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농축산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도시 소비자들의 동참은 필수적이다. 우선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임직원 선물로 우리 농축산물을 선택해 대량 수요의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일반 가정에서도 차례상에 우리 농축산물을 올려 조상의 음덕을 기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농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개별 농가와 생산자단체는 공동선별·공동출하를 통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힘써야 한다. 농가공식품의 경우에도 품목을 다양화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추석의 의미를 담아 대형 유통업체들은 추석 선물 사전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이 관심을 끌며 홍삼이나 버섯류·한우·꿀·흑마늘 등 면역력 향상 상품을 구비해놓고 고객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값싼 수입산 농축산물로 추석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있어 농업인의 근심은 더욱 깊어진다. 명절 때마다 우리 농산물이 소비 특수를 못 누리며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소비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걱정스럽다.

 코로나19가 무려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전 국민의 정서는 물론 산업경제 전반에도 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정치권, 지자체에서도 재난지원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특정 산업에 집중되어 이 나라 식량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농업·농촌 부문은 어느 샌가 당연한 듯 홀대를 받고 있는 거 같다.

 오는 추석명절에는 코로나 19로 가라앉은 국민경제와 농축산업계에 위안과 활력을 불어넣고 꿈을 잃은 농민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길 바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전통과 얼이 깃든 추석을 농업인의 정성이 가득 담긴 우리 농축산물로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소중한 가족과 보내는 뜻깊은 추석을 값싼 수입 농산물로 채우는 선택은 전통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안전한 먹거리인 우리 농산물 애용으로 농업과 농촌,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고 가족, 지인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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