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순수하고 담백한 시세계를 구축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윤현순 시인의 신작 ‘느그시(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2003년 첫 시집 ‘중심꽃’과 두 번째 시집 ‘되살려 제 모양 찾기’, 세 번째 시집 ‘노상일기’ 등에서 삶의 따뜻함을 표현하며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전달했다.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시집 ‘느그시’는 평생의 기쁨과 고통 상실과 사랑, 해탈과 희망이 녹아있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거침 없고 자유로운 호흡과 심오한 명상적 상상력이 도처에 묻어나는 깊이 있는 따스함이 묻어난다”(이재숙 시인, 시평)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상의 변화를 섬세한 관찰력으로 바라보고, 깊이 있게 짚어낸다.

온화한 시편들은 다정다감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어딘지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들기도 한다. 

“들판은 다시 황금빛/나는 여전히 남원추어탕을 삽니다 한 달에 한두 번 단순히 데워먹기 편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중략)//속을 파 먹힌 우렁이 둥둥 떠다니는 논가에서 방언처럼 터지는 하이소프라노 “그렁개 어쩌란 말여 나보고” 팔십 평생 처음으로 질러보는 앞 뒤 다 잘린 말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천 일 동안 날마다 마당을 드나든 참새만압니다.//(중략)//고려장 고려장/고려장/눈앞에 두둥둥 떠다니는 세 글자가 차창에 가득합니다”(‘고려장’) 

시인의 효심을 들여 볼 수 있는 시 ‘고려장’은 “가슴이 뻐근”(이재숙 시인, 시평)할 정도의 울림이 있다.

시인의 삶을 관통하는 어머니는 시인의 시 세계를 지탱하는 단단한 신념이자,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순수함과 사랑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까지 오르고 보니 바람도 파도도 이렇게 잔잔한 것을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관계없이 상황과 마주칠 때는 세상에서 나만 겪는 매우 중요한 일들이었다”고 말이다.

지금 여기를 조용히 즐기면서 기쁨 가득한 감사로 꽃피우자는 시인의 말 속에는 코로나 시국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시대문학’으로 등단한 윤현순 시인은 4편의 시집을 비롯해 에세이 ‘시를 품은 발걸음’ 등을 펴냈다.

전북시인협회 이사, 열린시문학회, 전주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북시문학상과 시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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