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범 대만 세계채소센터 상주연구원

우리나라에서 남서쪽으로 2시간을 비행하면 대만이라는 섬나라에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작은 대만에는 세계인의 건강 증진과 영양이 불균형한 나라들의 영양개선을 위해 세계채소센터(World Vegetable Center)라는 비정부 국제기구가 위치해 많은 인도적인 연구와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갑작스런 코로나19 발생에 의한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으로 영양불균형에 대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아프리카 같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작물재배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많은 어른과 어린이들이 영양불균형과 코로나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1971년 아시아개발은행, 대한민국과 대만, 필리핀, 태국, 베트남과 일본, 미국의 대표들이 모여 아시아채소개발연구센터(AVRDC) 창립을 위해 역사적인 서명을 하고 이후 본격적인 비정부 국제기구가 설립되었다.
그 주된 목적은 채소의 생산과 소비 증대를 통한 개도국의 영양불균형 해소와 가난 극복을 위해 채소의 연구와 개발을 수행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농촌진흥청도 창립 국가의 연구기관으로서 1992년부터 상주연구원이 지속적으로 파견되어 세계인의 영양개선 및 채소 품종개발을 위한 연구를 이곳의 연구자들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세계채소센터에는 40여명의 세계 각국의 국제연구자들과 300여명의 대만 국내연구자 및 직원들로 이뤄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소의 본부는 대만 타이난(臺南) 선화(善化)에 위치해 있으나 아프리카에 3개의 지역사무소와 아시아에 2개의 지역사무소 및 농촌진흥청에 세계채소센터 한국지소(WKO)가 있다.

올해로 세계채소센터가 설립 된지 50년이 된다. 그동안의 연구성과 및 인도적 활동은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1978년부터 보급된 세계채소센터 채소 품종들은 현재 약 69개국에 619여 품종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세계채소센터에서 육성되어 보급된 녹두 종자가 동남아시아에서 1백만 이상의 농가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미얀마는 전 세계 녹두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녹두 생산국이다.

현재 미얀마에서 재배되는 주요 녹두 품종들이 세계채소센터에서 육성하여 보급한 품종들이다. 또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세계채소센터에서 만든 아프리카 가지 종자가 전체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도 상주연구원이 1992년 이후 지속적으로 파견되어 세계 최초로 고추 탄저병 저항성 품종을 육성하는데 기여하였다.
또한 수확 일손을 줄이기 위한 집중착과형 고추 품종 개발을 위한 다양한 자원들을 도입하여 품종 육성에 활용하였다. 그러나 2018년 나고야 의정서 채택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원의 도입과 이용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동안 세계채소센터에 파견 나온 많은 상주연구원들의 활동과 농업유전자원센터의 노력으로 약 14.9천 점에 달하는 세계채소연구센터에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채소 유전자원들이 국내에 도입되어 중복보존과 채소 품종 육성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는 그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고 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채소 생산과 재배에 어려움이 발생 되고 있다.
이에 세계채소센터는 영양불균형 국가들의 가정에 긴급생계지원을 위한 가정용 채소 종자 세트를 만들어서 지원하는 인도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서는 이 종자 세트를 활용하여 채소 재배 및 생산을 통한 영양불균형을 해소 하는데 활용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크게 신음하고 있으나 특히 아프리카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소규모 영농을 하는 가정에서는 그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러나 세계채소센터는 이러한 기후변화 및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어려운 세계의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지속적으로 건네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농촌진흥청도 세계채소센터의 창립국으로서 50년의 세월을 같이 하며 세계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 세계에 따뜻한 손실을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안정적인 채소 품종개발을 위한 자원선발 및 도입을 위해 세계채소센터의 상주연구원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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