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쿄올림픽은 성적 지상주의가 사라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노메달이어도 괜찮다는 문화로 바뀌었다.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전북에서도 스무 명의 선수들이 도쿄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들 역시 승리를 향해 최선을 다했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는 다음을 기약하며 긍정에너지를 보여줬다. 3년 뒤 열릴 2024 파리올림픽에서의 도약을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전북 출신·연고 선수들을 만났다./편집자주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제32회 도쿄올림픽 체조 국가대표 이준호(26·전북도청) 선수의 얘기다.
 
이번 올림픽에서 기계체조 개인종합 결선에 진출한 이준호 선수는 기계체조 6종목(철봉·평행봉·안마·링·마루·도마)을 두루 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양학선, 신재환 선수의 금메달 획득으로 대중들에게 ‘체조=도마’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지만, 사실 체조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실제 선수들 사이에선 ‘개인종합 1위를 해야 진짜 1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6종목을 두루 잘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개인종합 결선 진출을 이뤄냈다는 건 그 어떤 메달 획득보다 더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
 
지난 9일 서신동 한 카페에서 이준호 선수를 만났다.
 
그는 이번 올림픽 경험으로 더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3년 뒤 열릴 파리올림픽에서의 메달 경쟁.
 
개인종합 메달 획득은 어렵겠지만, 마루와 도마, 철봉 등 3개 종목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훈련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회를 마치고 지난달 29일 한국으로 돌아온 선수는 휴식 없이 곧바로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솔직히 이번 대회 성적이 만족스럽진 않아요. 그런데 후회는 없어요. 철봉 연기에서 실수하지 않았다면 개인종합 결선 10위권 안착도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대회 이후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고, 뚜렷한 목표도 생겼죠.”
 
대회 당시의 실수를 담담하게 말하며, 파리올림픽에서의 선전을 기약했지만 사실 그에겐 도쿄로 온 과정 자체가 녹록지 않았다.
 
두 차례의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고, 1차 선발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차 선발전을 앞두고 허리를 다쳐 일주일 넘게 운동을 쉬어야 했다.
 
이 선수는 그때가 도쿄올림픽 준비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회상한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비우고 2차 선발전을 준비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등을 차지,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국가대표 선발전이 가장 힘든 순간이었지만, 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기도 해요” 
 
고통의 순간을 스스로 이겨냈기에 올림픽 무대에서는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했고, 재미있게 대회를 치렀다.
 
이준호 선수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체조가 성취감도 크고, 재미있는 종목이라는 걸 대중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중들이 체조에 더 관심 가질 수 있도록 국내·국제대회 모두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도 했다.
 
늘 그랬듯 꾸준히 훈련하고, 노력해 파리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겠다고 약속했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