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교목 등 학교 상징물 가운데 학교 구성원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일제 잔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는 도내 초·중·고교 761개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일제 청산 대상 자료를 수립·정리한 연구보고서 ‘학교 안 일제 잔재,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를 12일 내놓았다.

이번 연구는 친일 인물과 교가·교표·교목·교화·교훈에 대한 조사와 함께 석물 및 건축물, 학교문화 및 용어에 대해 살펴봤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가는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친일인명사전에 의해 친일 인물로 분류된 작곡가가 작곡하거나 군가풍·엔카풍 멜로디를 포함한 학교가 다수 발견됐다.

특히 ‘조국에 바쳐’나 ‘00학도’, ‘이 목숨 다하도록’ 같은 일제 군국주의 동원 체제에서 비롯한 비교육적인 표현을 담아낸 교가도 있었다.

이에 도교육청은 25개교를 청산 대상 교가로 선정한 가운데 2019년 10개교가 학교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교체 작업을 진행했고, 나머지 학교들은 올해 교가 교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의 교육철학 및 학생의 정체성을 담아낸 교표의 경우 1순위 욱일문·일장기·국화문·벚꽃문양의 학교가 21개교로 조사됐다.

욱일문과 일장기는 일제 강점기 군사 마크로 사용됐고, 벚꽃문과 국화문의 경우 일본 황실에서 사용된 마크로 현재도 일본 황실 및 훈장에서 계승되고 있다.

전쟁과 경기에서의 승리를 상징하는 2순위 ‘월계수’모양이 75개교, 3순위는 1순위와 2순위의 유사형태로 41개교, 4순위 맹수·맹금류·방패 등 군 관련 29개교 등이다.

또 일제 잔재로 규정한 가이즈카 향나무와 히말라야시다, 금송을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가 91개교로 집계됐다.

학교 부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석물이나 건축물도 조사됐다. 군산 발산초의 옛 일본인 농장 창고, 전주 풍남초와 전주초의 봉안전 기단 양식, 일부 학교의 충혼탑 등이 대표적이다.

역대학교장이나 기관장 사진 게시는 외부공간에 게시하거나 차렷·경례 같은 군대식 인사 표현도 바꿔나가야 할 일제 잔재로 꼽혔다.

최은경 소장은 “그동안 교육공동체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이 청산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제 잔재의 의미에 대해 인지하고 생활 속에도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전북지역 학교의 일제 잔재 현황을 주제로 한 포럼을 오는 9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정해은 기자 jhe1133@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