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새를 관찰하기에 난관이 많은 때입니다. 뜨거운 햇살, 모기, 날카로운 덤불 가시는 새를 찾아다니는 걸음을 방해합니다. 짙은 녹색 그늘 속에 위장하여 숨어있는 새를 발견하는 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새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시야가 짙푸른 장막으로 가려진 느낌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 머물면서 새들의 움직임을 끈기 있게 관찰하는 게 나은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행운이 함께 한다면, 막 둥지를 떠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솜털 보드라운 어린 새끼를 만날 수 있습니다.

6월에는 시각보다는 청각으로 탐조(探鳥)하기를 권합니다. 여태 들어보지 못한 새 소리를 듣기 위해 청각 신경을 모두 동원해 봅니다. 철새는 텃새보다 더 다양하고 독특한 노래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고, 또한 소리는 찾아가야 할 방향까지 알려 줍니다. 소리를 쫓아가다보면 때론 무성한 풀에 걸려 넘어지고 거미줄이 온몸을 감싸기도 하지만 이는 희귀하고 아름다운 철새를 만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입니다. 이런 6월의 난관 속에서 만난 팔색조와 다른 철새들 그리고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팔색조는 이름 자체가 주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아름답기로 이름난 새들이 많지만 팔색조처럼 8가지 천연색을 가진 새는 흔하지 않습니다. 천연기념물 204호, 멸종위기 취약종 2급으로 전 세계에 수천마리만 존재하는 희귀한 새입니다. 16-20센티미터 자그마한 크기로 꼬리는 짧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녹색 나뭇잎 사이에서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게 하기 때문에 귀로 먼저 존재를 파악하게 되는 여름 철새입니다. 울음소리는 아주 독특하며 2음절 ‘호이- 호잇’을 5분 정도 계속 노래하기 때문에 다른 새 소리와 뚜렷하게 구별이 됩니다. 최근에는 번식지였던 남해안 섬이나 해안 이외에 내륙에서 관찰되는 횟수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전북에서도 5-6년 전부터 팔색조가 목격되었고 완주군 만덕산에서는 번식하는 것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올해는 군산에서 건물에 부딪힌 듯 가벼운 뇌진탕 상태를 보이고 있던 팔색조를 주민이 구조한 후 야생으로 돌려보낸 기사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로만 들었던 팔색조를 만난 것은 작년 5월 30일, 만경강 버드나무 숲 근처입니다. 그날 난생 처음 그 독특한 울음소리를 먼저 들었고 이튿날 눈으로 겨우 보았습니다. 눈앞에서 울어도 쉽게 찾을 수 없었고, 한참 소리를 따라 쫓아다닌 후에야 겨우 꼬리 근처 선명한 붉은색 무늬만 보았으니 이만저만 감질이 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팔색조가 산속으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자주 찾아가는 완주군 야산에서 익숙한 소리를 다시 들었지만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한 채 작년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1년이 지나 올해 5월 초, 과연 팔색조를 다시 만나게 될까하는 긴장과 기대감을 가지고 마지막 울음소리를 들었던 야산으로 향했습니다. 철새는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미약한 확신은 있었습니다. 작년 만경강에서 녹음해 놓은 울음소리로 유인하면서 여러 날 야산을 탐색했습니다. 5월이 다 갈 즈음 반갑게도 숲 속 저 멀리서 팔색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작년과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다시 찾아온 팔색조 소리를 들으니 생각보다 훨씬 더 신기하기도 하고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소리에 홀린 사람처럼 정신없이 쫓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밤나무 가지에서 목을 늘여 빼고 온 몸을 떨면서 ‘호이 호잇’ 소리를 내며 우는 팔색조의 온전한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녹색 몸체에 코발트색이 가미된 날개, 검은 눈썹무늬, 갈색 정수리, 그리고 그 밝고 선명한 붉은 배 무늬.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소리를 쫓아 산 속을 빠르게 다녀야 해서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를 가지고 있지 않아 쌍안경과 휴대폰을 이용하여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흡족한 사진을 남기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모습과 독특한 울음소리를 가슴 속에 평생 기억될 만큼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팔색조는 어느 누구라도 실제 본다면 절대 잊지 못할 만큼 엄청난 매력을 지닌 새입니다. 세 마리가 밤나무 혹은 참나무 높은 가지에서 서로에게 호응하며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이 번식처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둥지를 찾아보려고 여러 차례 산속을 돌아다녔지만 지금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팔색조 둥지를 찾아다니는 도중에 맹금류에게 잡아먹힌 다른 새의 깃털을 발견하고서 이 잔인한 운명이 팔색조에는 미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무쪼록 짙은 녹음 사이 천적이나 사람이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무사히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내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팔색조 울음소리를 따라 산속을 다니는 동안 보너스로 주어진 몇 가지 장면이 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 328호인 ‘하늘다람쥐’를 우연히 목격했습니다. 눈앞에서 사지를 쫙 편 채로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장면이었습니다. 깊은 산중에만 있을 것으로 생각한 친구를 이런 조그만 야산에서 만나다니 이 곳 환경은 많은 동물들에게 좋은 안식처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되지빠귀 둥지 근처에서 발견한 어린 새끼의 죽음은 가슴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둥지 아래에 솜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새끼 두 마리가 땅에 떨어져 죽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둥지 안을 들여다보니 몸집이 좀 더 큰 새끼가 혼자 힘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탁란한 뻐꾸기 새끼가 두 마리 되지빠귀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혼자 남았지만 어미 되지빠귀가 자기 새끼가 아닌 것을 알아차리고 버려두고 가버린 걸까요? 아니면 어제 본 ‘족제비’가 둥지를 덮친 것일까요? 보름 전 근처를 지나갔던 ‘너구리’가 나뭇가지를 흔들어 댔을까요? 그 조그만 주검들 앞에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팔색조를 찾아 돌아다닌 그 작은 야산은 저에게는 ‘케렌시아’ 같은 곳입니다. 일상에 지친 삶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회복하는 공간 말입니다. 소중한 이 야산이 저보다 먼저 터를 잡고 살아왔던 생물들에게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케렌시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대단한 것이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저 산 속 나뭇가지, 작은 물웅덩이, 습지 그리고 흙무더기, 조그만 논 몇 마지기는 작은 생명체들에겐 더 없이 소중한 삶의 터전이니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글 사진 김윤성 시민기자(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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