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공기가 가정으로 들어왔다’기에 건강 생각해서 사드렸죠, 결국 불효한 거예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양친을 잃은 최상규(52)씨의 하소연이다.

최씨에게 잊혀지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씨의 동생은 광고를 보고 지인으로부터 가습기와 살균제를 구매했다.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였다. 1995년 2월. 밭일도중 처음 쓰러진 어머니는 결국 뇌출혈로 1년 6개월간의 입원 끝에 끝내 세상을 등졌다. 막 상을 치르자마자 아버지마저 갑자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져 요양원으로 모셨다. 기나 긴 투병 생활 3년. 병원에서는 아버지의 한쪽 폐가 모두 죽었다고 진단했다.

산소호흡기 없이는 한 시간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드러난 뒤에야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당시에는 큰 병원에서도 환자들을 위한 가습기에 살균제를 넣어 틀어뒀다”며 “아직도 한쪽이 하얗게 변한 아버지의 폐 사진이 생생하다. 원인조차 모른 채 가족을 잃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 아니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전북지역 5개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만 10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피해자 찾기와 지원, 재발방지에 대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전북환경연합 등이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전북지역에서 접수된 피해신고자는 총 240명으로, 이 가운데 4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신고자들 중에서는 현재까지 117명이 인정을 받았고, 이중 91명이 생존해있는 상태다.

이들은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실린 가습기살균제 노출실태와 피해규모 추산 논문에 따르면 전북지역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31만 6384명으로 이 중 건강피해자는 3만 3701명으로 추산된다”며 “하지만 올해 3월 말까지 실제 피해신고자는 추산치의 0.7%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피해자 찾기는 참사 규명에 있어 가장 기본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적극 찾아낼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피해자찾기와 배보상 등 피해대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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