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로 방문객이 많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요”.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찾은 전주동물원. 화창한 날씨 때문인지 인파가 유독 몰리면서 인근 거리는 진입로에서부터 줄줄이 늘어선 차들로 빈 틈을 찾을 수 없었다.

양편에 몰린 차량들은 교통을 지도하기 위해 나온 경찰관 등의 수신호를 따라 엉금엉금 거북이 운전을 했다. 동물원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일부터 한 세월이 걸릴 게 빤히 보이자 인근 공영주차장 등 빈틈을 찾아 빠지는 이들도 많았다.

주차 장소를 미처 찾지 못한 채 동물원까지 향하는 차들도 한두 대가 아니다보니, 불법 주정차 없이도 길목은 충분히 붐비는 모양새였다.

각 주차장으로 몰려간 인파는 고스란히 동물원 앞 명부 작성 코너 앞에 쌓였다. QR 코드를 이용한 명부 작성을 위한 곳이건, 수기명부 작성을 위한 곳이건 너나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리며 200m는 훌쩍 넘는 줄이 형성됐다.

길게 늘어 선 줄만 두세 개. 긴 줄을 서 기다리기 버거웠던지 곳곳에서는 아이들이 투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행렬이 줄어들 기미는커녕 주차장 가를 따라 죽 늘어선 탓에 직원들은 이들을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는 성 싶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두기란 영 요원한 일이 됐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개중에는 울상인 아이를 달래 커다란 풍선이나마 하나 쥐어준 채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모(42)씨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데리고 나왔는데 아무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있고 이런 상황에서 오래 대기하기도 어려워 다른 곳으로 가볼까 한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많이 몰리면서 안쪽 상황도 좋지 않긴 매한가지였다. 사람들이 비교적 흩어질 수 있는 공터 등은 비교적 나았지만, 동물 우리 옆을 따라 관람 행렬이 이어지며 이따금 거리두기가 사라진 모습도 이곳저곳에서 엿보였다.

직접 동행해 선물을 주기로 한 듯 마트나 장난감 전문점 등으로도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실제 이날 정오께 찾은 서신동 한 대형마트에서는 장난감 코너마다 몰려든 채 선물 고르기에 여념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임모(29)씨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 마땅히 갈 수 있는 곳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보낼 수도 없는 날이라 직접 선물이라도 고르라고 데리고 나왔다”며 “나가지를 못하니 가족들이 다들 우울한 것 같다, 내년에는 좀 상황이 나아져 어디라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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