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반 가까이 우리 일상을 짓누르고 있는 코로나19도 화사한 선율 앞에서는 숨을 죽였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신춘음악회 ‘영정치원’이 22일 한국소리문화전당 연지홀에서 열렸다.

감염병 장기화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도민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열린 이날 음악회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각 파트별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단원들의 역량이 권성택 관현악단장의 단정하면서도 깊이 있는 지휘를 만나 1시간 40여 분간 공연장을 박수갈채로 채웠다. 

최옥산류 가야금산조협주곡 ‘바림’은 가야금 독주와 관현악이 함께해 미묘한 음색의 변화를 경험케 했다. 가야금 협연자로 나선 백은선은 품위와 무게가 있고 섬세하면서 정서가 깊은 곡을 잘 소화해 냈다.

창과 관현악 ‘임따라 갈까부다’는 판소리 협연자 김세미 명창의 소리가 관현악단의 연주와 함께 빛났다.

정가 협주곡 ‘편락·편수대엽·태평가’는 서울시문화재 변심진과 지봉 임산본의 장남인 임환이 협연자로 나서 정가의 깊고 웅숭한 맛을 보여줬다. 특히 태평가는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곡으로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원했다.

전라삼현육각 주제에 의한 ‘농’은 전북 무형문화재 제46호 전라삼현육각 이수자와 전북 무형문화재 제52호 전라삼현승무 보유자 운정근의 협연 무대로 전북의 뿌리 깊은 전통예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사물협주곡 ‘사기’는 전북에서는 들을 기회가 적은 경기도 당굿을 중심으로 한 굿 음악으로 관현악단의 연주와 하나의 울림으로 연주됐다.

특히 이날 공연된 다섯 곡 가운데 3곡이 현 권성택 단장 취임 이후 위촉한 곡으로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고유 레퍼터리가 확장되고 있다는 반증이 돼 눈길을 끌었다.

성공적인 공연 임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정가협주곡 ‘편락·편수대엽·태평가’ 공연은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풀이를 자막으로 보여줘 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 줬다.

반면 ‘임따라 갈까부다’는 사설이 애절한 감정을 정제된 시적 표현으로 승화한 것으로 유명한 만큼 자막을 통해 안내했으며 더 친절한 공연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뜬금없는 단체장 띄우기다.

본 공연에 앞서 비나리를 하는 팀이 관람하러 온 도지사나 교육감을 굳이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단체장들이 요청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당사자들을 욕보이는 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문화예술 행사에서 지역 단체장을 소개하는 것은 평가에 감점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날 관객들은 ‘영정치원(마음이 담박해야 원대한 뜻을 세울 수 있고, 마음이 안정되어야 이상을 멀리 다다르게 할 수 있다)’의 마음을 다시한번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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