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오 농촌진흥청 연구관

손안에 모든 정보를 담아둘 수 있는 휴대폰이 일상화될 거라는 걸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휴대폰 없이는 왠지 모르게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심리를 갖게 된 세상이다.

커피숍에서 친구와 지식 자랑을 겨루다가도 정답은 집에 돌아와 책을 찾아보아야만 알 수 있던 시절에서 필요하면 바로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절로 변한 것은 상전벽해(桑田碧海) 이상의 혁신이다.

이러한 혁신이 농업에도 이미 스며들어 있다. 시설하우스의 환경관리를 휴대폰을 통해 하고 있고, 물과 양분을 주는 것도 센서를 활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패시브 하우스를 축사로 제공하며 가축의 이상행동을 영상으로 판단해 질병유무를 관찰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상은 농업이라는 산업의 후진성을 또는 보수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목가적 풍경과 전원이 주는 경관만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변화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농촌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코로나로 외국인 일손도 구할 수 없는 형편에서는 이러한 혁신에 한 가닥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은행은 코로나 19로 인해 농업도 혁신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디지털농업은 그러한 혁신적 패러다임의 중요한 축으로서 효율적이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며, 공평한 농업과 식량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였다.
과거의 기술혁신과 달리 현재의 기술혁신은 농식품 가치사슬을 따라 전방위적으로 촉발되고 있으며, 전체의 가치사슬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저장·관리·분석·활용하는 디지털 능력과 함께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파할 수 있는 디지털플랫폼에 의해 유발된다고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디지털혁명과 관련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다른 산업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디지털변화에 재빠르게 반응하며 새로운 산업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주지한다면, 농업도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할 중요한 순감임에는 틀림 없고, 이러한 시기에 농촌진흥청이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계획’을 만들어 농업·농촌에서의 혁신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은 시의적절하였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농업이 이끄는 미래의 세상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것이 데이터로 연결되어 있고, 이렇게 연결된 데이터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누구에게나 유용하고 이익이 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그러한 세상이다.
힘들고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편리성을 갖추어야 하며, 농부의 손길이 덜 가더라도 생산성은 향상되고, 정밀한 농업이 이루어지므로 환경성도 개선되는 그런 농업.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휴대폰에 담길 수 있는 그런 농업. 그것이 디지털농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구는 이들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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