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약한 싹 세워낼 때 어린아이 보호하듯 농사 가운데 논농사를 아무렇게나 못하리라 / 개울가 밭에 기장 조요 산밭에 콩 팥이로다 들깨모종 일찍 뿌리고 삼농사도 오리라 / 좋은 씨 가리어서 품종을 바꾸시오 보리밭 갈아 놓고 못논을 만들어 두소 / 들 농사하는 틈에 채소 농사 아니할까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고 / 담 근처에 동과 심어 막대 세워 올려 보세.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 중 3월령 일부분이다. 3월령에는 모춘(暮春)인 3월의 절기와 논농사 및 밭농사의 파종, 과일나무 접붙이기, 장담그기 등을 노래하고 있다. 농가월령가는 권농(勸農)을 주제로 일 년 동안 할 일을 달의 순서에 따라 읊은 가사다. 옛날이나 지금의 농사짓는 계절이나 방법을 알려주는 듯하여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필자의 고향인 완주군에 계신 어머니도 서서히 농사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계신다. 굳은 등과 갈라진 손을 보면서 자식들이 농사일을 말려도 “심심해서 또는 소일거리로 한다” 하시며 농사를 지으신다. 여름이나 가을철에 어머니가 손수 수확한 옥수수, 고구마 등 농작물을 한보따리 싸주실 때면 어머님이 힘들게 일하시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 한쪽이 저려오곤 한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마을 단위 농사일은 ‘품앗이’로 많이 했던 것 같다. 품앗이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을 말한다. 일을 하는 ‘품’과 교환한다는 뜻의 ‘앗이’가 결합된 말이다. ‘품앗이’는 한국의 공동 노동 중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었는데 두레보다는 규모가 작고 단순한 작업에서 자주 이루어졌고 개인적인 일에 쓰임이 많았다. 한 가족의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가족들의 노동력을 빌려 쓰고 나중에 갚는 형태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어로 ‘두레’가 있다.

‘품앗이’는 개인적으로 노동을 주고받는 일이지만 ‘두레’는 마을 단위로 조직을 만든 뒤 마을 사람들에게 공동으로 필요한 일을 하는 조직이다. ‘품앗이’ 든 ‘두레’든 근자에는 노동을 노동으로 갚는 대신 돈으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임금노동 형태로 바뀌었다.

농사일에는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농작업 기계화가 많이 이루어져 벼농사의 경우 기계화율이 98.4%에 달해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밭농사는 60.2%로 지금도 밭작물의 파종, 정식, 수확 작업 등은 사람의 손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지금 농업·농촌은 농촌의 고령화, 인구감소로 인하여 인력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지난해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농사일의 한 몫을 담당했던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막혀 있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농촌일손돕기 참여마저 저조한 실정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인력 구하기 힘든 상황에 농촌인력의 임금담합, 웃돈요구, 외국인 근로자의 도주,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 준비 등으로 농업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

농촌의 인력 부족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의 농업이 가지고 있는 농작물의 소량다품목, 농지의 소규모 등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농업의 기계화, 농촌인력의 체계적인 수급 등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농사를 시작하는 지금 농번기 적기영농에 차질이 없으려면 우리 국민들의 농촌 일손지원이 절실하다.

농민들이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지자체, 유관기관, 기업·단체, 군부대, 대학교, 전북도민 등의 적극적인 농촌일손돕기 참여로 농민들의 걱정이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를 바래본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감안해 소규모 단위로 농촌일손돕기를 진행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조금 있으면 가정의 달 5월이 된다. 5월에는 어버이의 날, 어린이 날, 성년의 날 등 가족을 위한 기념일이 많다. 특히 어버이의 날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고향을 방문해 농사짓고 계시는 부모님을 위해 농사일을 거들어 주실 것을 제안해 본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