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 전 전북대 총장

일 년 전 3월,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처음 연기되었을 때의 일이다. 익산의 모 중학교에 입학 예정이었던 한 학생이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숨진 학생을 발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지역아동센터에서 돌아 온 두 동생들이었다. 슬픔도 잠시, 남겨진 동생들은 일 나가는 조부모 손에 이끌려 또 다시 지역아동센터에 맡겨졌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기능이 일시 마비되고, 지역아동센터만이 오롯이 남매의 끼니와 돌봄을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고, 학생들은 여전히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반복하고 있다. 학교는 원격수업의 질을 높여 학생들의 학습공백과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낮 동안 보호자 없이 남겨진 어려운 아이들의 돌봄 공백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네 번이나 미루어지는 동안 지역아동센터는 지역 아이들의 학습터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또한 친구들을 만나고 놀이도 함께 할 수 있는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학생들의 학교생활 부적응 해소, 심리?정서적인 안정 지원, 문화 체험 등 학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까지 세심하게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전북지역에는 285개에 이르는 지역아동센터에 무려 7,50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등록되어 돌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 운영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먼저,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예산이 부족하다. 정부 지원을 기본으로, 지자체마다 다른 지원금으로 운영 예산을 충당하고 있어, 인건비 등의 재정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청과 학교와의 협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대상이 모두 도민들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과 학교 등의 적극적 지원이나 관심을 통한 협력 돌봄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은 이제 진부할 정도다.무엇보다도 사회적 돌봄은 미래 사회의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역교육청, 지자체, 지역아동센터가 협약을 맺고 운영비와 방과 후 프로그램 강사 등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청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지역아동센터와 공유하고 교육격차 해소에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청, 학교, 지역아동센터가 하나의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 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마을 교육 프로그램, 체험 활동, 마을 축제 참여 등의 기회를 제공하여 마을에 대한 믿음과 신뢰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지역아동센터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봉사와 기부 등의 형태로 참여하여 취약계층 학생 돌봄 책임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약한 사람 볼 때는 지나치지 않아요.
  먼저 손을 내밀면 모두 행복해져요.
  아픔도 외로움도 고통도 슬픔도 모두 사라지기를...
  내가 바라는 세상 네가 꿈꾸던 세상’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방문했던 전주 모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소리 높여 부르던 ‘내가 바라는 세상’이라는 동요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우리 모두 이 아이들에게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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