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됐다. 이재갑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냄에 따라 위원회는 산업현장방문과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7월 중순까지 심의를 마칠 예정이다. 올해도 역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현재 임금을 감당하기도 벅차다는 경영계입장이 맞서면서 벌써부터 갈등과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은 임기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었다. 그리고 집권후 첫 인상률은 16.5%로 전년의 6470원보다 1060원이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사상최대 인상률이었다. 경영계 반발이 불가피했고 그 후 인상폭은 매년 감소, 2019년 8350원, 2010년8590원, 그리고 올해는 8720원이었다. 임기 내 1만원 달성은 힘들게 됐지만 현 정권의 마지막 최저 임금협상이기에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노동계 목소리는 크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인 7.4% 수준만 맞춘다 해도 내년 최저임금은 5.5%가 오른 9070원이 돼야 한다는게 노동계 주장이다.

물론 경영계는 강한 반대다.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영실적이 이어지면서 현재수준의 임금을 감당하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에게 오히려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다시 시작된 양측의 갈등 예고에 대해 최저임금 두배 세배가 넘는 임금을 받는 주요기업 종사자들이나 사용자들에겐 남의일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협상에 모든 걸 걸고 매달려야 하는 노동계나 경영계에 대해 을과 을의 싸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언제까지 이어 가야 하느냐는 안타까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당장 생계와 직결되는 노동계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대기업에 영원한 을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고충 역시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언제나 갑의 위치에 있는 경영계 상위독식 먹이사슬 구조 자체를 손보지 않는 한 매년 최저임금 협상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은 절대 해소될 수 없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어렵게 찾는 합의점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기에 을의 입장은 언제나 고통일 수밖에 없다. 을과 을의 갈등해소는 진짜 갑이 많은 것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최저임금협상의 효율을 높이고 제대로 된 갑과을이 협상테이블에서 마주할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지금부터라도 심도 깊은 논의를 시작해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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