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체험’, ‘흉가 체험’ 등을 빙자해 오래 방치된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안전사고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흉가 체험을 콘텐츠로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BJ A씨는 지난 26일 자정께 전주의 한 호텔 건물을 찾아 흉가 체험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한 여성 참가자와 함께 진행한 해당 방송에는 두 사람이 손전등을 들고 먼지 쌓인 채 방치된 호텔 내부를 누비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미리보기 화면에는 ‘이 호텔 객실에서 실제로 사람이 죽었다’는 문구와 함께 옛 기사 일부가 실렸다. ‘야구선수들이 귀신을 목격한 후에 더 유명해진 폐 호텔에 갔다’는 제목으로 게재된 영상은 약 6000여 명이 열람했지만, 현재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A씨가 찾은 곳은 중앙시장 인근에 위치한 구 코아 호텔로, 지난 1985년 지어졌다. 이 건물은 2011년 휴업한 이후 지난 2013년 다른 기업에 인수돼 현재까지 문을 닫고 있는 상태다. 시설이 노후화되고 내부에 광원 등이 없어 내부 진입 시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30일 오후께 찾은 호텔 부지 주변에는 사람 키보다 약간 높은 높이의 울타리가 빈틈없이 쳐져 있는 상태였다. 한 구간에는 ‘이곳은 호텔 리뉴얼 공사 현장으로, 각종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무단출입을 금한다’, ‘이를 위반 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출입구 역시 단단히 봉해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일은 비단 이번만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유튜버가 전주의 한 폐 고시원을 방문해 공포체험 방송을 진행하면서 이곳이 공포 체험 장소로 알려져 안전 문제 등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기간 방치된 건물 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와 더불어 어린 학생들이 모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시민은 “어떤 경로를 통해 건물 안에 들어갔든 간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겁 없이 들어서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이나 지자체 등에서 인근에 접근할 수 없도록 순찰 등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 주 이용 층은 주로 어린학생인데, 이처럼 무분별하게 건물 등에 접근하는 모습이 비춰질 경우 이를 따라하려다 사고로 이어지는 상황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주시는 시설 점검 뒤 소유자에게 공문 등을 통해 진입로를 막는 등 보강조치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역시 인근 순찰을 강화하는 등 접근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시설의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지만 안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른 조치도 어렵다”며 “뿐만 아니라 건조물침입 등은 엄연한 범죄로, 설사 방치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마음대로 드나들 경우에는 소유주 신고 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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