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주에 사는 이모(82) 할아버지는 최근 동사무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전화를 건 동사무소 직원은 “내달 1일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데, 이와 관련해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의서를 받아 든 이 씨는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이 씨는 “‘그래도 맞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당연히 맞아야하지 않겠느냐’는 자녀들의 권유에 접종을 하기로 정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접종 후 별다른 이상 증세 없이 좋게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다.

#2. 비슷한 연락을 받은 김모(76) 할머니는 자녀들과 상의 끝에 접종을 미루기로 했다.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다 보니 섣부르게 접종을 받긴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근 뉴스 등에 통해 들려오는 발열·근육통의 소식도 한몫했다.

김 씨는 “주변에서는 많이들 맞기로 한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몸 상태가 이렇다보니 쉽사리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닌 것 같다”며 “일단 미루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그 때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내달부터 75세 이상 고령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지자체에서 각 대상자별 접종동의를 구하고 나선 가운데 노인들의 고민이 깊다. 혹시 모를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주민등록이 된 75세 이상 고령자는 약 17만 5천명가량이다. 통계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많은 수가 접종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 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주시의 경우 이날 기준 4만 392명으로, 현재까지 2만 8291명(70.04%)이 접종에 동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지자체에서는 각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대상자 가정을 방문, 오는 25일까지 오는 접종 동의서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과 관련된 불안감이 커진 대상자들이 선뜻 동의하기를 어려워해 설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동의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정말 괜찮느냐’며 불안을 호소하기도 해 취합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이날 오전 6시 기준 전북도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490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이들 대부분은 두통 및 발열 등 경미한 증상을 호소하는 반응이 487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접종 이후 과민반응을 보이는 아나필락시스를 의심할 수 있는 2건과 접종 이후 숨진 1건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로 접수된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된 상황”이라며 “임상실험단계에서 접종까지 이른 백신은 여러 차례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친 것으로, 각국 정상들을 비롯해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진행해오며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에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접종에 임해주시고, 접종전후 만남을 자제하는 등 몸 상태를 잘 살펴주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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