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을 나서면 길을 마주하게 된다. 그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고 우리는 그 중 어느 하나의 길을 선택해 걷는다. 대개 길을 나설 때 가고자 하는 곳이나 익숙한 곳으로 나 있는 길을 걷는다. 우리는 갈래 길이 나올 때마다 선택을 하게 된다. 만약 우리가 낮선 곳을 방문한 여행자라면 갈래 길에서 선택한 길만을 걷게 된다. 선택하지 않은 길을 나중에 다시 와서 걸을 수 있다면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실 여행자에겐 두 길을 한꺼번에 갈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는 갈림길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제목의 서정시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그 시의 내용은 한 사람이 가을날 숲 속을 걷다가 두 갈래 길을 마주했는데 고민 끝에 사람들이 적게 지나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이후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시는 단순히 우리 주위에서 마주하는 풍경 속에서 단순히 어떤 길을 걸었다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순간 고민하는 선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선택으로 인해 선택받지 못한 그 기회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기회를 포기했던 일에 대한 회한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일생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진로를 선택하고, 직장을 선택한다.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삶과 미래가 결정된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태어나서(Birth) 죽을 때(Death)까지 선택(Choice)의 연속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선택은 결정을 의미한다. 두 갈래의 길에서 상충하는 선택의 문제가 놓여 진다면 우리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은 본인이 하고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삶의 주인공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결정하지 못하면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어질 수도 있다.

노먼 빈센트 필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생에는 if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인생은 ‘life’인데, ‘l’과 ‘e’를 빼면 인생에는 if만 남게 된다고 한다. if는 우리말로 ‘만일’이나 ‘만약’에 해당하는 말이다. ‘만일’의 뜻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 ‘만 가지 가운데 한가지로 매우 적은 양’의 의미한다. ‘만약’은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되기를 가상해서 하는 말’이다. 만일이나 만약은 자기 자신의 과거에 대한 후회나 회한을 의미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소원과 바램, 갈망과 소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은 뜻하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고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우리들은 살면서 불안해한다. 하지만 life란 단어에 if가 있는 까닭은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인가에 감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경제학에서는 선택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가장 적은 기회비용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선택한 길과 선택하지 않은 길 모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선택한 길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경험한다. 내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갔을 때 그 길을 선택한 기회비용이 적어야 하지만  때로는 기회비용이 클 수도 있다. 후자의 삶을 사는 사람은 후회나 좌절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 선택지 중에서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했다면 자신이 걸어 온 길에서 모든 것이 나쁜 것은 아니고 좋은 것도 있으니 거기에 순응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면 오히려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내가 가지 않은 길’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두 길이 똑같아 보였지만, 한 길을 선택해서 거의 끝가지 걸은 사람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가보지 않은 길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막 접어들면서 이 길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우리가 먼 훗날이든, 얼마 전에 어느 길을 선택하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우리의 삶은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여행자와 같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갈림길을 만날 것이고 그 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람을 만날 때 가능하다면 이해득실 따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좋은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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