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어야 할 지난 설 연휴를 전후해 온 국민은 또다시 끔찍한 아동학대 소식을 접하며 우울한 명절을 보내야 했다. 양부모 학대로 16개월의 영아가 숨진 ‘정인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에서 이모 부부의 학대로 열 살 아이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9일 전북익산에선 생후 2주밖에 안된 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부부가 경찰에 구속됐고 다음날인 10일 경북 구미에선 2살 여자 아이를 혼자 빌라에 내버려 둬 추위에 떨다 숨지게 한 엄마가 경찰에 검거되는 등 보고도, 듣고도 믿기지 않은 천인공로 할 범죄들이 국민을 분노케 했다.

맡아 키우던 조차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기에 폭행도 모자라 욕조에 물을 채워 물고문까지 했는지 말문이 막힌다. 아이가 분유를 토해 때린 적은 있지만 숨질 정도는 아니었다는 익산의 부부는 이미 지난해 숨진 아이의 한 살 많은 누나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동안 빌라에 아이를 혼자 버려두고 이사를 한 2살 아이 친모는 지난달까지 숨진 아이의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을 받았고 최근 재혼까지 했다고 한다.

인간 잔인함의 끝을 보게 한 패륜범죄, 특히 한없이 약하기 만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무자비하고 잔혹한 학대 행위를 언제까지 접해야 하는지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대책이 나오고 재발방지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곤 있지만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랄한 범죄로 진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해 지면서 자식들을 때려 숨지게 하는, 천륜을 끊는 일을 부모가 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지난 설 연휴인 11~14일 전국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신고는 하루 평균 47건에 달했다.

지난해 24건보다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갈수록 각박해 지는 사회적 불안이 가정 내 아동폭력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대목이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처벌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근절은 요원하다.

아동학대 10건 중 8건이 부모에 의해 벌어지는 상황이기에 가정에서 쉬쉬하면 묻힐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렇다.
사후땜질식 처방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우리사회 모두가 다시 번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사회 근본이 병들어 가는 신호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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