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며칠 후면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인 우수(雨水)다. 우수(雨水)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로,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농업·농촌에도 따스한 봄기운이 만연하길 바란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농업·농촌은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농업인의 삶의 터전이자 도시민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온 국민의 마음의 고향인 농업·농촌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나가고, 도시민도 살고 싶어 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최근 2020년 국민여가활동조사 및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명절문화 뿐만이 아닌 국민의 여가문화 활동방식도 바꿔 놓았다. 특히, 도농간 문화활동 격차를 더욱 벌려 도시보다 농촌지역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읍·면 지역 문화예술 관람률(1년간 1번이라도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한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2019년 71.4%보다 24.9%포인트나 하락한 46.5%를 기록했다. 대도시와 읍·면 지역의 문화예술 관람률 격차가 꾸준히 줄어들다 지난해 다시 벌어진 것이다. 농촌지역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시 등으로의 이동마저 제한된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농촌지역 여가 만족도도 낮게 나타났다. 여가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읍·면 44.7%로 대도시(57.2%)보다 12.5%포인트 낮았다. 이 격차는 2019년 7%포인트였는데 1년 새 5.5%포인트 더 벌어진 것이다. 문화활동 뿐 아니라 교육, 의료 등의 생활서비스에서의 도시와의 격차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도시민의 귀농귀촌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촌공간계획 제도화 계획을 발표했다.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로 생각된다. 농촌마을을 공장·축사 등과의 분리를 통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효율적 공간관리를 추진하는 동시에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통해 농촌다움을 유지하고 농촌주민의 쾌적한 생활공간을 조성해 농업·농촌의 가치와 지역 활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촌공간계획의 농촌재생은 정부의 그린뉴딜 추진과 연계해 농촌의 생활서비스 개선, 농식품산업 육성, 농촌관광 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가 접목된 통합형 지역개발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농촌 3·6·5생활권 구축사업과 연계해 농촌 읍·면 중심지에 다기능 복합생활 SOC확충 등을 통해 농촌주민의 정주여건 개선과 삶의 질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농촌그린뉴딜 사업과 지자체의 농촌공간계획 수립 시 국민의 공감과 기관단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지역단위 농촌공간계획 수립 시 적극 참여하고, 농촌 그린뉴딜 사업과 연계해 농업·농촌의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 전북농협도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구심체로서 농협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자체협력사업의 범위를 농촌 환경, 주거 등 농촌재생 분야로 확장하고 농업·농촌 환경 개선 및 유휴시설  등을 활용한 농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운동’등을 농촌재생과 연계해 확산해 나갈 것이다.

농업·농촌은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생명 창고이다.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가꿀 수 있을 때 그 혜택이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말처럼 서두르지 않고 소걸음으로 꾸준히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면 도시민도 살고 싶어 하는 농업·농촌의 시대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다. 신축년(辛丑年) 새해 우리 모두가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함께 노력해 겨우내 얼어 있던 농업인의 몸과 마음에 따뜻한 봄바람을 가져다주길 기대해본다.

 

 3·6·5생활권은 30분 내 소매, 보건, 보육 등 기초생활 서비스, 60분 내 문화, 교육, 의료, 창업 등 복합서비스 접근, 5분 내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응급벨, 무선방송 등 긴급 연락체계를 구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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