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가요. 도착하면 연락할게요”.

연휴가 막바지에 접어든 13일 오후 2시께 전주고속버스터미널. 주차장과 바깥으로 차들이 쉴 새없이 오가는 가운데, 곳곳의 입구로 커다란 꾸러미를 쥔 시민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몇몇은 관광에 나선 사람들인 듯 기념품을 챙겼지만, 많은 시민들은 가족 간 배웅에 나선 모양인지 제각기 선에 묵직한 짐들을 나눠들고 있었다.

대부분 일행과 함께 터미널을 찾은 이들은 삼삼오오 모인 채 버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거리두기 영향으로 사이에 어김없이 짐꾸러미들을 채운 이들은 마스크 너머로 마지막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따금은 ‘혹시 모르니 먼저 들어가보겠다, 잘 들어가라’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엿보였다.

지난 추석의 경우 비교적 한산했던 터미널 내부는 이날따라 길게 줄 선 시민들로 붐볐다.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한 듯 건물 밖 차 안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여전했다.

인근에 위치한 전주시외버스터미널 풍경도 고속버스터미널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마침 도착한 시민들이 쉴 새없이 드나드는 가운데, 매표소 앞으로는 긴 줄이 형성됐다. 타지로 이동하는 자녀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부모가 어느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꼼꼼하게 일러주는 모습이나, 노란 보자기에 싸인 짐꾸러미를 든 사람들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자녀를 막 버스에 태워보낸 한 시민은 “터미널까지는 들어오지 않으려 했는데 보내는 마음이 아쉬워 여기까지 왔다”며 “명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고, 지금은 잘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주역 앞에도 차들은 쉴 새없이 드나들었지만, 대부분 차에서 미리 작별인사를 마치고 드나들면서 역사 내부는 크게 붐비지 않았다. 차 문을 차마 닫지 못한 채 “들어오지 마세요. 저 빨리 갈게요. 도착하면 전화할게요” 대화를 나누는 시민들의 얼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역사를 찾았다는 이모 씨(27)는 “전주에 친구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반짝 내려와서 부모님 얼굴만 보고 집에만 있다가 올라가게 됐다”며 “이전 일주일간 꼭 필요한 것 이외에 사람도 안 만났는데, 다음 명절은 좀 더 편안히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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