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많이들 찾을 겁니다, 이래봬도 대목이니까요”.

그래도 명절은 명절, 코앞으로 바짝 다가온 설날을 앞두고 선 5일장에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거리두기 속에서도 명절을 쇠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모처럼 시골 장터가 시끌벅적했다.

8일 오전 9시께 찾은 삼례 5일장. 삼례시장 주변에는 벌써부터 자리를 잡은 상인들이 가판을 펼치고 저마다 가게 구색을 맞추기에 정신이 없었다. 갓 볶은 깨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시장 입구서부터 코끝을 간질이는가 하면, 한켠에서는 이른 오전시간임에도 제수용 찬거리를 놓고 상인과 손님 간에 옥신각신 말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에 들어 선 이들의 손은 곧 전으로 부칠 생선살이나 과일, 각종 찬거리 등으로 가득 찼다.

밤톨을 가판에 정리하던 한 가게 주인은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오늘은 모처럼 장이 서는 날인데다, 오늘은 설 전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다만 날씨가 조금 추워 10시가 넘어서야 손님들이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10시가 넘어서면서부터는 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한 발길들로 인해 골목골목마다 손님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곳곳에서는 ‘오늘 대구가 좋아요’, ‘이것도 담아드릴테니 드셔보세요. 맛있게 드세요’ 등 상인과 손님 간 이야기도 활발하게 오갔다.

명절 전 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이모(83) 할머니는 “명절기간 동안 자식들이 잠깐이라도 찾아오기로 했는데 아무리 짧게 다녀간다고 해도 뭐라도 먹여 보내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라며 “이번에는 등갈비를 해주려고 한다”고 말하곤 재료들이 한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들어보였다.

이번에 떡국을 얼마나 할 것이니 떡이 얼마나 필요하니, 이번에는 간단히 준비할 것이니 전 만들 재료는 얼마나 사면 충분하니 대화를 나누던 방문객들은 곧 묵직한 손으로 삼삼오오 일행과 함께 시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날 정오께 찾은 전주 남부시장에도 이번 설 준비를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상황이 커서 평년엔 한참 모자라지만 설 직전인 10일과 11일이 남아있으니만큼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 이날 만난 상인들의 설명이다.

한창 가래떡을 썰던 한 떡집 주인은 “생선같은 재료는 미리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전날까지 주문이 밀리는 편”이라며 “예전만 못한 분위기긴 하지만 그래도 설은 설이니 사람들이 좀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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