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주에 살고 있는 이모(50)씨는 최근 설 명절 이동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장 이번 주말 ‘명절 장을 봐야 하니 혼자서라도 꼭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으면서다. 이 씨 가족은 두 자녀까지 합해 모두 4명. 본가에 방문할 경우 형제 등 다른 가족까지 모이면 10명이 훌쩍 넘는 대인원이 된다.

이 씨는 “‘아무리 그래도 가족끼리 얼굴도 못 보냐’는 이야기에 ‘지금 5명 이상 만나면 안 된다는 것이 정부 지침’이라고 말해봤지만 완강한 어르신들 반대에 부딪혔다”며 “아무래도 어르신들 인식에는 이 상황과 별개로 명절은 명절로 느껴지시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2. 할머니와 살고 있는 임모(34)씨는 이번 설 명절 5인이상 집합금지를 두고 머리가 아프다.

한 집에 사는 가족들만 해도 당장 5명이 넘는 까닭에 가족들 간 만남 일정을 조율해야하는 일이 과제처럼 던져지면서다.

그는 “한 집안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다른 가족이 새로 방문할 경우 자리를 비켜줘야 할 형편”이라며 “다른 지역에서 오는 것은 막아야 하겠지만 한 지역에 사는 가족들끼리 만나는 것은 관계없지 않을까 싶고, 실제로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될텐데, 조금 현실성없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설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연휴기간까지 직계가족도 5인 이상 집합금지에 포함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명절 일정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설을 잘 넘겨야 그나마 안정이 되지 않느냐는 정부의 방침에 반해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 가족 간 모임을 못하게 하냐는 등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실제 이날 만난 김모(83)씨는 “명절인데도 가족끼리 모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로 어디 다녀왔는지 다 아는데다 누가 신고할 것도 아닌데 어떻게 잡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모(27)씨는 “반대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요즘에는 ‘이번 명절에 만나지 않는 게 효도’라는 이야기도 오갈만큼 조심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서운해 하실 건 알지만 이번에는 서로 안전을 위해 방문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방역당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거리두기 연장과 잇단 집단감염으로 지쳐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명절 이후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이번 명절까지는 가족 간 만남을 자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는 백신 접종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앞두고 있으니만큼 더더욱 감염 확산을 막고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지금 감염 확산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것은 맞지만 곧 시행될 백신 접종은 확산세가 안정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 전제조건으로 접종 시작 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설 명절 모이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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