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에야 동학(東學)을 알았다. 김지하 시인의 시집 <황토>에서 ‘녹두꽃’을 읽으며 1894년에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난 커다란 사건 ‘동학란’이란 그 아픈 역사를 처음으로 알았다.(중략) 본격적으로 동학을 공부해 보려고 수운 최제우 선생이 동학을 창시한 경주의 용담정을 답사하고 돌아오던 그때였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지만 오리무중같이 보이지 않았던 글에 실마리가 보였다. 동학을 주제로 <그 산들을 가다>라는 책을 내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그런 의미에서 동학은 나의 글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신정일)

문화사학자인 신정일은 젊었을 때 간첩 혐의로 고문을 받게 되는 큰 아픔을 겪었다. 그 후유증으로 방황을 하며 이곳저곳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역사적 사건이 동학이다. 이를 계기로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하여 동학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쳤고, 1989년부터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늘까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는 동학사상의 원형을 찾아서 동학의 시초인 경상북도 경주에 자리한 구미산의 용담정에서부터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신정일은 많은 이들이 순교로 저항하면서 '사람을 한울처럼 모시고 섬기라'는 동학사상을 끈질기게 펼친 역사의 길을 따라 걷는다.

경상도 땅 경주에서 수운 최제우 선생이 창시한 동학이 해월 최시형에게로 이어지며 동학의 뿌리는 전라도와 충청도, 강원도 등지로 뻗어 나간다. 가난하고 못 배운 백성들의 마음을 한데 묶어 동학농민혁명의 꽃을 피운 그 아픈 길을 따라 걸으며 온몸과 정신으로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특히 그동안 경상도의 동학 운동이 저평가되었던 점을 조명하며 동학사상의 원형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그 의의를 회복하는 데에 역점을 둔다.

신정일은 “오래고 오랜 세월 수많은 동학 답사길에서 깨달은 화두는 ‘깨달음’이었고 또한 ‘섬김’과 ‘모심’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사람을 섬기고, 자연을 섬기고, 세상의 모든 것을 섬기는 그 섬김과 모심을 통해서만 세상은 밝고 건강하게 존재할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대동(大同)의 시대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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