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국민연금공단

오늘 출근길이다. 누군가 앞질러간다. 버스 안에서 보았던 사람이다. 두꺼운 잠바에 마스크와 안경까지 끼고서 출근시간이 급한 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나도 출근 시간이 임박하여 서둘렀다. 내 모습 역시 앞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 눈만 남기고 모두 가리고 있었다. 누구일까 생각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내가 아는 사람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누군지를 확인하는 데는 길지 않았다. 사무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가 마스크를 잠시 내려 인사를 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 직원이었다. 나는 미리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코로나로 인해 소통의 창인 얼굴을 모두 가리고 있어 함께 근무하는 직원조차 알 수가 없는 단절의 시대이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시대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소통을 단절하고 있다. 바깥 모임을 자제하고 중요한 소통조차 간단한 문자로 대신하고 있다. 휴대폰에서는 수시로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를 알려주며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가 울린다. 휴대폰 문자는 육체적 단절보다 심리적 단절을 강하게 한다. 버스 안에서 옆사람이 재채기라도 몇 번 하면 혹시 감염자가 아닐까 하는 불안에 즉시 경계하는 자세를 갖는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2차는 기본이고 3차 4차까지 갔던 술자리가 이제는 오래된 추억이다. 사회적 관계를 위해 가졌던 잦은 모임을 자제하고, 일상은 집과 직장으로 단순화되어 가까운 친구와 동료 직원과도 소통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단절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직장에서 회식은 상상조차 못 하고 학교에서조차 오프라인 수업 대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은 같은 학과 친구들이 누구인지조차도 모른다. 소통의 단절은 경제를 막고 오해로 인한 불신도 야기되고 있다.

사람 간의 소통은 마주 앉아 대화하면서 주고받는 말과 표정이 중요한데 그것이 사라졌다.  공감하며 웃으며 대화하는 소통이 없어졌다. 어쩔 수 없이 소통 기회를 가지더라도 사회적 거리 유지하고 마스크를 끼고 대화를 한다. 소통의 주요 채널인 입과 얼굴을 가린 채 눈으로만 제한적으로 소통을 하다보니 오해로 인한 갈등이 생긴다.

내가 속한 모임 두 곳에서 소통 부족으로 갈등이 생겼다. 인터넷 공간에서 문자로만 소통한 결과이다. 같은 언어라도 느낌을 알 수가 없어 오해가 생겼다. 한 모임은 다행히 갈등이 해소되었지만, 다른 모임은 결국 끼리끼리 별도의 모임을 만들면서 깨져버렸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음악회를 개최할 정도로 서로 신뢰하고 자부심을 가졌던 모임이었는데, 깨지고 나니 너무 허무했다. 나는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분리되는 과정에 지켜보면서 많은 실망을 느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도 아팠다. 분리된 두 모임에서 서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결국 나는 지금까지 어느 모임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 어느 곳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사람 간의 소통은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해 준다. 뇌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친밀한 관계 행동은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한다고 한다. 도파민은 뇌 회로를 자극하여 쾌락과 만족을 느끼게 한다. 소통의 단절, 친밀한 관계 행동의 부재는 뇌 내의 도파민 분비를 감소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부족한 도파민을 채우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행동이 음주나 폭식이라 한다. 심하면 우울증까지도 생긴다고 한다.

단절의 시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지금의 코로나의 흐름으로 보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필요하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고 낮 시간에 산책 등 가벼운 신체활동을 권한다. 그리고 가족간에 대화가 중요하다고 한다.

단절의 시대에는 가족의 역할이 소중한 시기이다. 밖에서 소홀해진 친밀한 관계 행동을 당분간 가족들이 대신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족 간에 칭찬하고 공감을 나누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강한 대화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출근길에 직장 동료조차 알아 볼 수 힘든 시대이다. 가족 간의 대화가 최고의 명약인 지금은 단절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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