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전용관 건립을 놓고 사장되고 있는 서예의 전통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과 실익을 고려할 때 전용관 건립이 무리라는 시선이 교차한다.

전북도는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도는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을 건립해 25년 넘게 지역에서 진행되어 온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와 정부가 제정한 서예진흥법(서예진흥에 관한 법률)을 연계, 전북을 세계 서예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전북이 산업이나 경제 등의 지표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나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지만, 서예는 전통적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서예진흥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고있다.

또 서예 작가들에게 기증받은 서예 작품이 1500점에 달해 이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송하진 도지사 역시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 필요성에 공감하며 지난해 중앙부처를 방문, 건립의 타당성을 피력하는 등 예산 확보에 힘썼다.

도는 전용관 건립의 실익과 타당성 확보 등을 위해 자체 용역도 실시하는 등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서예진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도가 예상하는 세계 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비용은 300억원에 달하는데, 운영비 등의 경제성을 따졌을 때 건립 자체가 무리라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립 이후 투입될 운영비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재정적 부담이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유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 서예비엔날레관 건립에 미지근한 반응이다.

문체부는 당초 국비를 요구했을 때부터 ▲세계 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 부족 ▲기관 설립 및 운영에 따른 재정 부담 ▲세계 서예비엔날레 전용관 역할의 한계 ▲서예진흥법에 따른 서예진흥관 건립과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 별개라는 인식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도가 염두하고 있는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의 국가기관(서예진흥원) 승격이 허황된 꿈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예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서예의 예술성 발전 등을 위해 국가에서 ‘서예진흥원’ 설립이 이뤄진다. 

문제는 서예진흥원이 설립된다고 해도 세계 서예비엔날레 전용관과 서예진흥원을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지 막연하다.

문체부가 굳이 전북에 자리하고 있는 세계 서예비엔날레 전용관을 국가기관으로 지정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도는 ‘한국탄소산업융합기술원’이 지난해 국가기관인 ‘한국탄소산업진흥원’으로 승격됐던 사례가 있는 만큼,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을 건립해 활용한다면 국가기관으로써 충분히 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에 예산이 세워진 만큼, 곧 타당성 용역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올해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대응해 국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