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공원 CCTV에 설치된 비상벨이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위급한 상황시 펜스 등에 가로막혀 있거나, 눈에 잘 띄지 않아 접근성·신속성·시인성과는 동떨어져 있어서다.
4일 오전 찾은 전주시 백로공원 한 산책로. 운동기구 인근에 설치된 CCTV 아래로 노란 ‘비상벨’ 표시가 깜빡였다. 드문드문 시민들이 그 앞을 오갔지만, 정작 비상벨 앞에는 난간이 설치돼 있어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설사 비상 시 불빛을 보고 비상벨로 다가가려한다고 해도 나무 난간 높이가 성인 여성 명치께 정도여서 접근하기 힘들어 보였다.
더욱이 CCTV가 설치된 뒤편에는 제법 경사가 있는 절벽이어서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도 우려됐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비상벨의 존재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거의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은 “여기에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라며 “저걸 누르려면 난간도 넘어야하고 뒤쪽으로 안 넘어가게 조심해야하는데 누가 위험한 상황에 그걸 다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오전 찾은 전주시 서신동 서신길공원. 똑같이 CCTV는 설치돼있었지만 아래에 위치한 비상벨의 경우 은색으로 위장(?)되어있어 가까이 가서 보지 않는 한 좀체 눈에 띄지 않았다. 근처에 별다른 광원도 설치돼 있지 않아 정작 비상벨이 필요한 저녁 시간대에는 비상벨을 찾기란 난망해 보였다.
인근 도내기샘공원 내 설치된 노란 박스 모양 비상벨 역시 오래되고 낡아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 ‘비상벨’이라는 것을 인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근처에 거주하는 김모(21)씨는 “이 근방에서 10년 넘게 살았고 통학로로도 활용해왔지만 그런 게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며 “좀 더 비상벨이라는 것을 알려야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전주지역 공원에 설치된 CCTV 비상벨은 약 200여개 가량이다. 대부분 CCTV를 설치할 때 비상벨 필요 여부를 파악해 함께 설치하고 있다. 비상벨 버튼을 누르면 관제센터로 연결되고, 관제센터 직원은 CCTV를 확인해 문제상황 시 신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CCTV 비상벨들 가운데 교체 등이 필요한 것들의 경우 연내 조치할 예정”이라며 “백로공원 내 비상벨 역시 점검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 입력 2021.01.04 16:45
- 수정 2021.01.04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