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의 관아, 성문, 학교, 군진, 누정 등의 상량문ㆍ중수기ㆍ시문 등을 비롯하여 사가(私家)의 재실과 정려기 등을 일일이 필사하여 엮은 책이 발굴됐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은 29일 지금까지 찾아지지 않은 전주지역의 기록물 <풍패집록(?沛集錄)>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조선말경 전주사람 채경묵(蔡敬?)이 편찬한 필사본으로 1책이며 유일본이다.

이 책에는 전주지역 총 108개의 상량문ㆍ기문류와 69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중에 상량문ㆍ기문류 84개, 시 63편 정도가 <완산지>에 실려 있지 않은 것들이다. 이 책은 조선말 전주의 풍경을 일상 속에서 저 깊은 곳까지 속속들이 생생하게 보여주는 1차적 기록물로 전주의 역사문화를 풍부하게 해주고 이를 복원해 가는데 획기적인 자료이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관아건물들의 상량문, 기문, 시 등이다. 전라감영 선화당과 작청의 주련문을 비롯해서  관풍각, 연신당, 재가청 등에 걸려 있던 편액들이 필사되어 있다. 전라감영 선화당을 복원하고 주련문을 붙이지 못했는데 이제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게 되었다. 작청을 복원하게 되면 이 책에 실려 있는 작청 중건기, 주련 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주 동헌에 걸려 있던 많은 편액들도 이 책에 필사되어 있다. 동헌의 편액들은 통치행정을 담고 있는 것들로 조선시대 전주지역의 지방통치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동헌에는 아전들의 세금포탈을 금하는 일, 환곡, 향임 택임을 비롯하여 지방통치에 필요한 자료들을 나무판에 적어 편액으로 걸어 놓았다. 현재 향교 앞에 이건되어 있는 동헌에 이 편액들이 붙으면 훨씬 더 콘텐츠가 풍부해지리라 본다.

관방시설로 남고산성, 위봉산성, 만마관 등의 기문들도 필사되어 있다. 공북루, 진남루, 승금정, 비비정, 한벽당 등 전주지역 누정과 다가정, 천양정, 읍양정, 군자정 등의 활터의 기문과 시 등이 필사되어 있다. 향교와 희현당, 양사고 등의 교육 관련 건물, 풍남문, 패서문 등 전주성의 문루에 대해서도 알려진 기록물과 다른 기문들이 필사되어 있다.

조선말 전주지역의 이런 기문들을 일일이 답사하고 모아서, 필사해 이 책을 엮은 채경묵은 평강채씨로 전주에 세거한 가문의 후예이다. 그는 글씨를 잘 썼던 인물이었다.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그는 명사들조차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 책의 편찬시기는 조선말경으로 보인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보면 늦게는 간재 전우선생이 1891년에 지은 <발김효자행실(跋金孝子行實)>이 실려 있다. 전라감사 서호수가 찬한 <희현당중수기> 말미에는 개국 505년 병신(1896)에 훼철되었다고 세필로 표기해 놓았다. 이 세주는 추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의 편찬 시기는 1890년대경으로 추정된다.

이 책을 박물관에서 구하게 된 것은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을 찾으면서이다. 전라감영 선화당을 복원하였는데 주련이 빠져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그 가치가 확인됨에 따라 전주역사박물관에서 매입하여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더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 자료가 영구보존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자료를 볼 수 있도록 박물관측에서는 영인본 출판에 들어갔으며, 1월 중순경에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출간될 예정이다.

전주역사박물관은 2005년 이후 전주문화연구회에서 수탁하여 전주학의 본산을 표방하고 매년 총서를 간행하여 왔다. 이번 <풍패집록> 간행으로 총서 50집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전주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출간하는 것으로 박물관 일을 마무리하게 되어 뜻깊다”고 하였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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