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병원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 송은기(혈액종양내과 교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의 많은 일상이 변화되고 있다. 친구와 만나서 차 마시고, 외식하고, 여행가고. 연말연시에 모여서 한해를 갈무리하던 그런 평범한 일상이 사라지고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게 되면서  우울과 좌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암 진단과 치료 과정을 겪은 암생존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암 생존자는 암 진단 후 완치를 목적으로 초기 치료(수술,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마친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일반인과 비교해 암 진단과 치료 이후 재발이나 전이에 대한 위험 이외에도 암 치료로 인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불안 우울 등의 디스트레스, 암 관련 치료비나 직업상실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암생존자는 암 진단과 치료 이후에도 여전히 통증, 피로, 림프부종, 손발저림 등 다양한 신체적 괴로움을 경험하고, 적지 않은 암생존자가 실직으로 인해 경제적 또는 재취업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한 치료 후 재발 혹은 전이에 대한 두려움, 불안, 우울, 불면증 등을 겪고 있으며, 우울증 유병률이 일반인의 약 4배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암생존자의 우울증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전북지역암센터에서는 암생존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치유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생존자들이 일상생활의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 격려하며 감사와 배려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불안, 우울 등 정서적 괴로움이 더 커진 암생존자를 위해 1:1 개별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했고, 온라인 교육을 개설해 암생존자가 영양식사관리, 불면증관리, 이완요법 등 화상교육을 통하여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자택에서 실시간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통합지지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센터에서는 또한 센터 내 암전문의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료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클리닉 운영, 사회복지상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생존자가 편리하게 교육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암생존자의 영양과 식사, 운동 등을 담은 교육동영상을 만들고 있다. 

전국단위 암발생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암유병자(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뿐 아니라 완치된 암환자도 포함)는 약 186만 명으로, 우리나라 국민 28명당 1명이 암유병자이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0.4%로, 10명 중 7명 이상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암생존자의 직장 복귀율을 보면 30.5%에 불과해 해외 평균(63.5%)에 낮은 수준이다. 생존율에 비해 사회 복귀율이 낮은 이유는 암생존자가 경험하는 신체적·정신적 어려움, 직장 내에서 느끼는 편견이나 차별로 인한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암 진단과 치료 중심의 기존 암 관리서비스는 이런 암생존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음이 파악, 2017년 7월부터 국가기반의 암생존자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암생존자통합지지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우리 전북대병원을 포함해 전국 12곳에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가 지정돼 암생존자를 위한 다양한 통합지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이외에도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인력이 암생존자의 문제 해결, 건강증진, 사회적 기능 복귀 등을 위해서 클리닉 진료, 교육, 상담, 지역사회 관련 기관들과의 연계 및 협력 등 통합지지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암생존자통합지지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다.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는 암생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그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어려움과 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부담 해소에 대한 증가된 요구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암생존자의 건강증진 및 사회적 기능 회복을 위한 직업 복귀를 위해서 실질적인 국가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암생존자 관리를 위해 정책 및 제도적 기반 확대, 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에 기반한 암생존자 통합지지서비스 확대를 통해서 암생존자에게 힘이 되는 동행자인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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