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1944년 10월 1일

보고: 미 육군 인도-버마전쟁지구사령부 미전시정보국파견 심리전팀 일본인 포로 심문조서 제49호, 심문대상 포로:한국인 위안부 소녀 20명“(14쪽)

김택곤 전 JTV전주방송 사장이 해방 전후 한국인의 아픈 삶을 다룬 신간 <들꽃은 꺾이고 별은 지다>(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된 한국 관련 미국 정부 비밀해제문서를 직접 뒤지며 확인한 역사적 사실과 당시 처절한 아픔을 겪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42년 8월 20일 조선인 소녀 김연자는 버마의 랑군에 내렸다. 김연자와 동행한 일행은 조선 처녀들 703명에 일본인 ‘집주인’과 보조인 97명 모두 8백명이었다.”(17쪽)

이 책은 위안부로 버마에 끌려간 17세 조선 처녀 김연자가 후퇴하던 일본군에 버림받고 영국군에 포로로 잡힌 8월, 조사된 내용으로 시작한다.

위안부로 끌려왔지만 전쟁범죄의 시선이 아닌 다분히 일본인 포주의 일방적인 진술이 기초가 된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심문조사가 꾸며 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위안부를 전리품으로 여기는 듯한 당시 심문조서 내용을 일본 국민의 상당수가 공감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본국민들이 사죄와 보상을 외치는 우리 국민들에게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이 75년을 지나쳤고 또 앞으로 75년도 그렇게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논리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1945년 9월 13일 존 하지 주한미군사령관은 맥아더 태평양지역 미군총사령관에게 ‘한국의 현 정세’에 대해 보고했다. 여기에는 일본 항복 이후 한국에 진주한 미 군정이 일본인을 몰아내지 않고 관리로 활용하는 이유도 적혀 있다.

“약점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통치를 받아 왔다는 사실이며, 둘째는 일본의 한국통치는 경찰과 경찰서에 의해 진행됐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아베 총독과 경무총감을 제거하고 서울지역 경찰들을 남김없이 청소해 버리면 성난 한국인들을 상당히 달랠 수 있지만 미군정을 강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50쪽)

‘미군정의 강화’가 우선적인 목표임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일부 미군들의 점령군 행세에 대한 지적도 다수 포함됐다.

또 그동안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당시 북한군에 대한 일반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의용군 이종문, 26일간의 종군’, ‘인민군 낙오병 전종만의 일기’, 인민군 107연대 참모들의 선택’, ‘인민군 6사단 제2소대 3분대원의 고향’ 등은 전쟁 이면의 이야기들은 전쟁터의 여러 모습을 차분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밖에 한국에서 우라늄을 찾아내기 위한 비밀작전, 리승만과 김구, 좌우 대립에 휘말린 우리나라 국민들에 관한 비빌문서를 다루었다.

책은 사탕수수농장 일꾼인 이민 1세의 아들이며 한국전 참전 병사인 에녹 리 일병이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했지만 부역혐의를 받아 한계상황에까지 몰렸던 1951년 1월까지 잔혹한 격동기에 작성된 비밀문서를 다뤘다.

전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서울대 정치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MBC에 입사해 신군부에 의한 강제 해직기간 중 미정부 해외방송 미국의 소리 (VOA)에서 근무했다.

MBC 사회부장·정치부장·2580부장·보도국장으로 일했고 광주MBC 사장·JTV전주방송 사장으로 방송경영을 맡았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극동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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