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실내체육관·헬스장 등의 출입이 제한되자 실외에서 비대면으로 건강관리와 기분전환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자전거 타기’ 열풍이 뜨겁다.
코로나19의 시대, 타인과 접촉 없이 안전하면서도 건강 관리와 기분 전환 효과까지 동시에 얻고 싶다면 자전거만한 운동이 없다. 순창을 출발해 섬진강과 영산강을 잇는 순창-담양간 라이딩 코스를 따라 이 계절의 자연을 만끽해보자.

▲자전거 라이딩 명당코스
섬진강 자전거길 출발지점에서 42km 지점인 유풍교에서 자전거 라이딩이 시작된다. 
다리를 건너 좌회전하면 향가 유원지를 지나 남원과 곡성을 가는 섬진강 자전거길이고, 우회전하면 담양 영산강까지 약 30km 정겨운 시골길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 운전대를 섬진강 대신 영산강 방면으로 우회전해 보았다. 길의 약 90%가 순창의 깊은 품속을 지나는 코스로 저 멀리 앞에 보이는 강천산을 따라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쌀쌀하긴 하지만 낮에는 햇살탓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파아란 하늘이 매력적인 휴일 아침 순창의 향기가 코를 찌르는 느낌이 상쾌하다. 깨를 털어 말리는 향기, 쌀겨 태우는 향기, 추수를 다 한 논의 향기가 정겹게 다가온다.
길도 참 예쁘다. 도시의 자전거길과 달리 경천을 따라 난 길은 한쪽에 항상 논밭이 있다. 안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순창의 비옥한 가을 풍경이 이어진다.
풍경에 빠져 땀이 난 줄도 모르고 달리다보면 첫 번째 쉼터에 닿는다. 경천가에 자리한 이  양지바른 곳의 이름은 ‘반월쉼터’이다. 지난여름 큰비와 바람에 이곳저곳 생채기가 났지만 그래도 편안한 휴식공간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길은 유등면, 풍산면을 지나 금과면으로 이어진다. 열매가 얼마나 잘 맺히면 금과(金果)란 이름을 지었을까 싶다. 자전거가 지나가는 길마다 하늘도 땅도 바람도 따뜻하고 포근하다.
수양리 큰 탈곡장 앞에는 ‘수양쉼터’가 있었다. 자전거 길에서 개울 너머 다리 건너에 있다. 역시 양지바르고 조용한 쉼터이다. 자전거 공기펌프도 잘 마련돼 있다.
논밭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가면 대나무 숲길이 나온다. 설진영 서실 건너편이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의병활동을 하고 창시개명에 반대하다 자결한 설진영 선생의 집 앞이다.
그의 집 앞에는 감도 탐스럽게 익어 매달려있다. 역시 금열매 마을답다. 늙은 감나무에 탐스럽게 익은 감이 멋스러워 사는 집의 당호를 ‘노시산방’이라 명명한 작가가 떠오르게 한다.
▲자전거 탄 초겨울 풍경
자전거 길의 마지막 쉼터인 ‘이목쉼터’이다. 이곳은 유일하게 화장실이 마련돼 있는 곳이다. 근심을 맘껏 덜어낼 수 있는 곳이다. 주린 배를 채워주는 넉넉함도 중요하지만, 몸속의 근심을 덜어내는 인심도 중요하기 때문에 잠시 쉼을 선택해 근심을 덜어내 보자.
몸을 가볍게 하고 들어간 이목마을은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큰 인물이 몇이나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에 모여사는 사람들 모두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전거 길은 마을 가운데 있는 우물을 지나 뒷동산으로 이어진다. 자전거가 마주 오면 조심해서 달려야 하는 좁은 마을 길. 정겹고 소박한 그야말로 ‘마을길’이다.
이목마을 뒤로 난 좁은 길은 작지만 큰 의미가 있다. 이 작은 마을 고개가 전라남북도를 가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고 예쁜 고갯길은 처음이다. 그것도 도 경계라니. 잠시 멈춰 경계를 여러 번 넘나들었다. 이 고개에서 그렇게 순창과 담양이 만나고 있었다. 어깨 동무를 하고 만나고 있었다.
과연 담양은 대나무 마을답게 시작부터 대나무 숲길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고 향기로운 대나무 숲길을 지나간다.
대나무 숲을 지나 마을로 내려오니 이곳은 또 다른 세상이다. 구름이 지나가 버렸는지 어느새 맑고 깨끗한 가을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불과 몇백 미터 차이지만 공기도 다르고 느낌도 다른 기분이다.
그렇게 섬진강을 떠난 지 두 시간 만에 영산강 물을 만나 달릴 수 있다. 이 강물을 따라 내려가면 광주와 나주를 지나 목포까지 갈 수 있다. 영산강 자전거길이다.
담양에 온 김에 유명하다는 메타세콰이어 길도 들러보자.  어차피 이곳 한 켠도 순창과 맞닿아 있을 텐데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사람들 말씨도 달라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이날의 목적지인 담양호를 향한다.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 신나게 달려 보자. 이제 곧 해가 지려는지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 그림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구름 짓을 재촉하게 된다.
▲날씨와 하나되는 시원한 라이딩
담양에서 담양댐 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속도로이다. 평평한 아스팔트와 주변 경치가 일품이다.
그렇게 삼십분을 달리면 영산강 자전거길의 출발점인 담양댐 인증센터에 닿을 수 있다. 쓸쓸한 노을에 비춘 인증센터는 많은 라이더들의 추억을 담은 곳이다. 지금도 영산강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포인트이다.
담양댐 인증센터에서 위쪽으로 5분 정도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 담양호를 볼 수 있다. 해가 짧아져서 호수바람이 꽤나 차가운 곳이다.
담양호가 둘러있는 저 뒤의 산은 순창의 강천산이다. 강천산에서 순창쪽으로 흐르는 물은 섬진강을 이루고, 담양 쪽으로 흐르는 물은 담양호에서 추월산 물을 만나 영산강이 되어 흘러간다. 호수도 멋지고, 강천산도 멋지다. 이렇게 반대편에서 보는 강천산도 보면 볼수록 명산이란 느낌을 준다.
이렇게 추월산과 강천산에서 태어난 물들이 담양을 거쳐 광주를 거쳐 나주와 목포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역사를 품고 서해바다로 흘러간다.
이제 담양을 뒤로하고 다시 순창으로 돌아간다. 순창으로 이어져 있는 메타세콰이어 길을 따라 페달을 밟아보자./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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