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사진으로 남겨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을 뜻하는 ′코닥 모멘트(Kodak moment)′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세계 필름시장을 석권했던 코닥회사에서 유래한다. 124년이나 장수한 혁신기업으로 알려진 코닥(Kodak)이 2012년 파산되자 시장에 큰 충격을 준바 있다. 파산의 결정적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였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개발에 성공했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시장을 위협한다고 판단하여 상용화하지 않은 결정적 패착을 한 것이다.
최근 출간된 ′트랜드 코리아 2021′에서는 기업의 운명이 갈리는 코닥 모멘트를 대비하는 전략으로 피봇팅(Pivoting)을 제안하고 있다. 피봇팅이란 방향, 축을 바꾼다는 뜻이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전환을 시도한다는 혁신의 일종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트렌드 변화로 소비시장이 급격히 변할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 변환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라북도 자동차산업에 있어서도 이런 피봇팅 전략의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 구체적 방안으로 우선 CASE(커넥티드, 자율주행, 차량공유, 전동화) 기술개발 전략을 들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IT, IoT, AI, 자동화 등으로의 디지털 전환이 이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외에도 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본다. 이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내·외부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문제해결과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전북도와 기술원에서는 그 동안 다양한 산학연 협의체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특장차산업 협의회, 대체부품 협의회, 뿌리산업 협의회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현대차와 타타차, 그리고 부품업체, 연구원 등이 포함된 산학연관으로 구성된 상용차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자동차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1차 협력업체와 특장차업체, 대체부품업체에 대한 수요조사도 한다.
이번에 가동되는 협의회에 거는 기대만큼 역할도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야겠다. 업계 스스로의 협력방안과 산업생태계 구축방안에 대해 진지하고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경쟁자 내지는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협업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할 때이다. 중장기적인 피봇팅 전략과 실천적 방안도 마련되길 희망한다.
진정성 있는 투자도 필요하다. 마침 지역의 T사가 16년 만에 신규로 개발한 중소형 트럭에 대한 신차 발표회도 개최예정이다. 새만금에는 상용차와 특장차의 도장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초대형 전착도장 시설 구축을 준비하는 회사도 있다. 특장차전문단지도 대폭 확장이 추진된다. 모두 미래를 위한 어렵고 힘든 결정에서 비롯된 투자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11월에는 아세안 10개국 및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과 함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최종 서명되었다. RCEP은 무역규모와 역내총생산(GDP), 인구 등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여기에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이 포함되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리핀과 태국의 화물자동차에 부과되는 각각 30%와 40%의 기존 관세가 철폐된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부품 기존 관세 40%도 철폐된다. 상용차의 가격 경쟁력이 커짐에 따른 수출 증가를 예상할 수 있어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이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한 편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를 선제적으로 잘 대비해야 한다. 산학연관의 협력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그리고 ′코로나 모멘트′를 극복하기 위한 피봇팅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사전에 대비하는 실천적 행동이 요구되는 때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