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의 혜택을 입지 못해 전주천 너머 한옥마을과 비교되는 서학동. 옛 동네 모습이 남아 있는 서학동은 아직도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서학동의 이러한 모습도 얼마동안 유지될지 아무도 모른다. 동네의 옛 모습을 기록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박영진 글로벌문화협회 회장이 서학동의 구석 구석을 기록한 <학동네 이야기>(비매품)’를 펴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서학동 예술마을’이다. 지난 2010년부터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예술인 부부가 이 곳에 터를 잡으면서 화가, 공예가, 설치미술작가, 사진작가 등 예술인들이 하나 둘씩 이사오기 시작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예술인 마을이다. 현재는 공방,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카페, 화실, 서점 등 50여개의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있다. 특히 대부분 생활공간을 겸하고 잇어 단순히 상업시설만 있는 거리에 비교된다.

완주 구이, 임실 신덕, 운암면 주민들이 전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었던 보광재(해발 280m) 이야기도 재미있다. 나무꾼들이 많던 시절, 달구지가 지날 만큼 제법 넓은 길이었다고 한다. 또 구이에서 나던 열무를 전주 남부시장으로 내다 팔기 위해 사람들이 오갔던 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정몽주가 물을 마신 우물터에 대한 것도 실렸다. 이성계의 오목대 승전 자축연 자리를 빠져나온 정몽주가 말을 몰아 남고산성 만경대로 향하던 중 동서학동 소재 시암가에 여인에게 물을 청하여 물을 마셨다는 얘기. 그리고 그때 황학들이 모여들어 정몽주와 시암을 둘러싸고 춤을 추었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

이밖에 초록바위, 반곡서원, 흑석굴, 불무골, 노루목, 옥동사, 억경대 등 서학동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다.

박영진 회장은 “우리 동네의 옛 모습을 기록하는 일이 아직은 늦지 않다고 생각하며 서학동 이야기를 모았다”며 “체계적으로 엮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도 빠진 이야기들을 모아 다시 엮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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