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자유주의에 근간해 자연스레 발전한 서구의 지방자치와 달리, 그동안 우리나라에 있어 지방자치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지난 역사를 놓고 보았을 때 고려, 조선 시대를 거치며 전통적인 중앙 집권적 국가로 발전해온 탓이다.
서구 연방 국가들은 지방분권이 고도로 보장되어 지방자치 없는 민주주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데 반해, 중앙집권적 사고가 뿌리내린 우리나라는 이렇듯 지방자치의 꽃이 피어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1987년 우리가 쟁취해낸 지방자치는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길이자 획기적인 혁신이었다.
흔히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는 시련의 연속이라고 한다. 1948년 제헌헌법을 통해 지방자치법을 제정했지만 6.25 한국전쟁 등으로 4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첫 지방의회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5.16 정변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지방자치는 전면 중단되고 만다. 그 이후 무려 30년이 지난 뒤에야 지방자치는 부활을 맞을 수 있었다.
지방자치 부활을 맞이한 이래,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를 시행하면서부터 지방자치는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그토록 염원하던 지방자치를 실현하게 되었건만, 지방자치 분권을 향한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의 신념에 따라 확대될 수도 있고 정체될 수도 있는 이른바 하향식 지방자치에 여전히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헌법과 제도하의 중앙집권적 요소들이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물론 문민정부 이후 지방자치분권의 완성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중앙과 지방간의 7대3이라는 행정사무 배분 비율은 여전히  주민을 위해 지방정부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음을 명확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지방이양 일괄법 제정과 함께 국가 사무 이양에 따른 이양 비용이 지난달 확정되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지방정부로의 행정사무권한 이양과 더불어 재정분권 또한 자치분권의 핵심 과제이다. 지방자치는 그동안 2할 자치라는 자조 섞인 풍자의 대상이 되어왔다. 국세 위주의 세입구조로 인한 지방의 열악한 재정탓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1차 재정 분권을 통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6대24인 데 비해 지방정부의 재정사용액은 오히려 중앙정부를 상회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족한 재정으로 각종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국고보조금이 있다.
국고보조금은 전체 지방재정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의 큰 틀을 중앙정부에서 만든 후,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하여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식이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을 통한 재정 지원은 아무래도 국비 지원이다 보니 중앙의 지시와 통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즉, 지방정부가 현장맞춤형 행정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국비 지원은 일순간의 해법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지방재정확충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애당초 인구 오천만이 넘는 대한민국의 온갖 정책과 복지에 소요되는 예산을 중앙정부가 일일이 지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적극적인 세원 이양을 통한 불균형적 재정 구조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만이 온전한 재정분권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자치분권은 이제 전 세계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분권을 향한 범세계적인 바람과 함께 우리나라 역시 지방자치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진정한 자치분권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과거의 상하관계에서 벗어나 대등한 동반자로서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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