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늦가을을 보내기가 아쉬워 아련하면서도 쓸쓸한 가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만경강 물억새길을 따라 걸어보자. 익산 춘포에서부터 완주 삼례 비비정까지 이어지는 길, 그 출발점인 춘포역의 풍경을 먼저 만나보자.

▲춘포역
매년마다 찾아오는 익산 춘포역, 폐역이지만 춘포역만의 애틋한 분위기에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그 앞엔 옛 춘포역의 모습을 떠올리듯 기차와 역무원 등 조형물을 세워 아기자기한 포토존으로 꾸며져있다.
춘포역 옆에 붙은 마을지도에 보면 춘포의 우리말 이름은 ‘봄개’라고 안내돼 있다. 봄개는 봄 나루라는 뜻으로 봄개의 음이 변해 ‘봉개’가 되었고, 봉개산(춘포산)은 춘포면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중심지이고 익산천이 흐르는 곳으로, 옛날 배가 들어와 지리적인 요충지로 꼽힌 곳이라고 한다.
가을 햇살이 살포시 얹어진 예스러운 춘포역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멀리 기차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역 앞의 한적한 마을 분위기가 이곳의 매력을 한껏 더해준다.

▲만경강 물억새길
춘포역을 지나 익산교 아래에서 삼례 비비정으로 향하는 산책길은 그 어느 곳보다 광활한 은빛 물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계절, 가을을 더 빛나게 해주는 광경으로 계절이 지나기 전 꼭 한번 추억을 만들어 봐도 좋을 듯하다.
가까운 가족, 지인들과 함께 조용히 거닐며 바람에 부딪치는 억새, 바스락거리는 낙엽 등 가을만의 소리를 들어보자. 귀도 눈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는걸 느낄 수 있다. 
변함없이 은빛 물결 출렁이며 우리 곁에 다가온 만경강의 가을, 코로나19로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해의 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게 된다.
완주, 익산을 거쳐 서해로 흘러 나가는 강 ‘만경강’, 은빛 억새 풍경은 말할 것도 없으며 푸른 강이 넘실대는 만경강은 도심 속에서 가장 가까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빽빽한 물억새 사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면 현실의 시름은 잠시나마 잊게 된다. 다가올 12월과 내년의 계획,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걱정들과 건강에 대한 염려들이 뒤섞여 한 해가 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는 것 같다. 코로나로 힘들고 마음 답답한 요즘 모두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을터,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시간에 감정 정리를 통한 힐링을 해보면 좋을 듯하다.
뚜벅뚜벅 걷다보면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다. 꼭 자가용이 아니더라도 시내버스로도 올 수 있는 곳이다. 익산 111번 버스를 타고 사천(해전리 장연마을)에서 내려 강변 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억새길을 만날 수 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자연의 풍광에 압도되어 쌀쌀한 날씨도 잊은 채 한참을 그 안에서 많은 장면들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막바지 가을 정취 만끽할 수 있는 만경강길 꼭 한번 걸어보자.

▲삼례 비비정
만경강을 따라 걷다보면 이어지는 곳, 삼례 비비정이다. 억새 풍경에서 산책을 마쳐도 좋지만 삼례 비비정에서 따뜻하게 차라도 한 잔 마시며 몸을 녹이면 더욱 좋을 듯하다.
만경8경 중 5경 비비낙안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비비낙안은 비비정에서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를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해 선비들이 비비정에 올라 술을 마시고 시와 운문을 지으며 풍류를 즐겼던 곳이라고 한다.
비비정 앞 경치가 좋아 보이는 카페 옥상으로 올라가 만경강을 또 다른 느낌으로 바라본다. 높은 곳에 올라오니 만경강 철교, 비비정 예술열차, 비비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자주 봤던 풍경이라 하더라도 카페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처음 만난 것처럼 색다르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달달한 유자차 한 잔에 몸을 녹이며 만경강 산책을 마무리해본다. 찐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길, 잊을 수 없는 2020년의 마무리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조용하고 한적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며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지 만경강, 어느 때보다 아쉬운 올해의 가을,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느껴보자. 낭만 가득한 전북의 매력을 한껏 담은 만경강 억새길에서 한 해의 마무리를 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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