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올 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단계별 거리두기 방역으로 사회경제 모든 분야가 정체를 겪었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더욱 코로나19 돌풍에 말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연장이 폐쇄되고 지역축제가 취소되면서 예술가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감염증이 장기화 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공간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시 순수예술 분야는 연주회든 축제든 현장에서 생생한 공연을 체험해야 제격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화려하고 대중적인 트로트가 전성기를 누린 한해였다. 그동안 구세대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트로트가 TV방송매체와 조합되면서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올해에 열린 트로트 경연은 코로나19라는 복병으로 오히려 그 인기를 견인하는 기폭제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 국민의 바깥출입이 억제되는 환경에서 TV 시청은 주요 소일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트로트 프로그램은 대중들의 갈급한 즐길 거리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온 가족이 코로나19를 탓하며 둘러앉은 집안에 흥을 지피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환경에서 트로트 방송은 과거의 형식이나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관성을 뛰어 넘는 파격적인 착상으로 신시대 트로트를 선보인 것이다. 이전에도 공중파 방송에서 우리나라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정규 트로트 방송이 있었지만 판에 박은 포맷을 유지해오던 터였다.

그렇지만 이번 트로트 경연은 그야말로 역동적이게 화려한 무대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과, 모든 세대의 감성을 아울러 시대적 코드인 ‘융합성’을 프로그래밍에 녹여냈다. 이 신시대 트로트는 가요장르 간 결합과 타 예술 및 스포츠 분야 등 다양한 구성으로 전적인 콜라보를 모색해 ‘패밀리 가요’의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한 특정 프로그램은 역대급 시청율과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를 기록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방송매체들이 앞 다퉈 다양한 트로트 프로를 기획 편성해 자웅을 겨루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 전통가요 센테니얼에 ‘트로트 셀럽문화’(Celebrity Culture)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트로트도 예전의 방식과 비교해 첨단 뉴미디어 시대에서는 차원이 달라졌다.   대중적 호소력이 큰 TV 방송의 등용문을 거치게 되면 일약 스타로 등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채널 시대에 곧바로 수요 높은 가수며 연예인으로 활동 영역이 확장되게 되었다. 이제 세상은 호모 휴모아 단계를 넘어 ‘컬테인먼트’(Cultainment) 시대로 접어들었다. 곧 예술을 아우르는 '문화‘(Culture)와 ’예능‘(Entertainment)이 복합화 되고 있다. 두 요소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공역(coupling)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에 조성된 트로트 열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또한 현재 방송계가 선도하는 트로트 질주가 과도한 일면도 엿보인다. 전통가요 외 그 많던 K-팝을 포함 다른 예술장르는 방송 프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문화 프로그램 편성의 균형성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특히 TV방송을 통해 배출된 가수들이 기성 가수들의 노래를 주로 부르는 예능에 심취하는 것도 짚어볼 일이다. 진정 자신들의 대표 작품으로 입지를 구축해야 진정한 전통가요 아티스트로 확고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사로서도 시청률에 치중해 특정 등용 가수들을 예능급 프로그램에 과도하게 집중 출연시키고, 중복 편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방송 전파는 공공재이기에 객관성, 공익성, 균형성을 유지해야 한다.  

어쨌든 코로나19 시류에 “방콕”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트로트는 한 움큼 청량제가 됐다. 하지만 무슨 일에서든 의욕과 열정은 갖되 과유불급을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한다. 또한 각고의 노력과 열정으로 인기를 거머쥔 신참 트로트 셀럽들도 현재의 평면만 봐서는 안 된다. 전문 가수로서의 긴 여정을 입체적 시각으로 내다봐야 할 일이다. 셀럽의 위상을 가렸던 단판 승부와 지금의 인기에 안주할 것이 아니다. 젊음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긴 호흡으로 한국 가요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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