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을 맞고 싶은데, 잇따른 사망소식에 주저하게 되네요”.

만 62세 이상에 대한 독감 무료접종이 시작됐음에도 불구, 병·의원을 찾는 발길은 미지근하다. 지난달 코로나19와 맞물려 독감예방접종이 본격화되면서 북새통을 보였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26일 오전 찾은 전주시 가족보건의원. 이달 중순께만 해도 하루 500명 이상이 찾았다던 예진표 작성용 천막 안쪽은 이전에 비해 썰렁했다. 쌀쌀해진 날씨에 옷깃을 여민 방문객들은 설명에 따라 예진표를 마저 작성한 뒤 걸음을 재촉했다. 이전처럼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이 간간히 눈에 띄기도 했지만 적은 수에 불과했다.

독감예방접종을 맞은 이후 사망했다는 이들이 수십명에 이른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예방접종을 위해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은 “얼른 접종해야지 하다가 보니 오늘이 다 됐다”며 “매스컴을 통한 사망소식에 조금 꺼림칙하지만, 괜히 독감이니 뭐니 옮기는 것 보다 미리 주사를 맞는 게 나을 듯해 여길 찾았다”고 말했다.

체온을 체크하던 한 직원은 “지난주 수요일을 기점으로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가 주말이 지나면서 조금씩 찾아오고들 계신 것 같다”며 “어르신들은 꼭 백신을 맞아야하는데 접종에 대한 신뢰가 조금 떨어진 듯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이전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예방접종을 진행했다. 접종을 마친 시민들은 건물 안쪽의 휴게실에서 일정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은 채 20~30분가량 대기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접종 후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한 할머니는 “원래는 조금만 앉아있다 그냥 가고 그랬던 모양인데 오늘은 좀 기다리다 가라고 하더라”며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닌데 코로나가 독감보다 더 무서워서 (예방접종을) 맞으러 왔다”고 이야기했다.

건물 밖으로 늘어선 줄이 사라진 것은 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앞 길 역시 마찬가지다. 접종이 시작되는 오후 1시 무렵이 가까워지면 50여 명은 족히 되는 시민들이 늘어섰던 이전과 달리 이날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는 하루 500~600여 명의 시민들이 접종을 위해 방문하곤 했지만 최근 들어선 약 150명가량으로 크게 줄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인플루엔자 유행수준은 예년보다 낮고 유행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예방접종을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건강상태가 좋은 날에 예방접종을 받아달라”며 “예진 시 아픈 증상이 있거나 평소에 앓고 있는 만성질환, 알레르기 병력은 반드시 의료인에게 알리시고, 접종 후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15~30분간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며, 접종 당일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쉬는 등 안전한 예방접종이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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