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그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지방자치분권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400여 개의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 이양 일괄법만 봐도 그렇다. 해당 법률은 내년 시행 예정이지만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지금도 시행 준비가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순히 권한만 이양될 뿐, 이에 수반되는 지방재정 확대를 위한 지방교부세율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래, 겉만 지방자치고 지자체는 중앙의 하부기관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주체적으로 제대로 된 정책 하나 추진할 수 없는 기형적인 재정 구조 탓이다.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것은 지방정부이다.
하지만 정작 재정 기반이 부실한 관계로 각 부처를 돌며 국가 예산 확보를 위해 시간과 인력을 쏟아야 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2 수준으로, 지자체가 홀로 각종 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곳간이 부실하면 시정 운영에 애로사항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고 중앙정부에만 기대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또한, 중앙과 지방간의 기형적인 재정 구조를 바로잡는 것 못지않게 균형적인 재정 배분 역시 중요하다. 국가 공모사업의 경우 대부분이 지방비 매칭 사업이다. 그런데 행안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전국 233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지역은 20개도 채 되지 않는다. 해당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빈약한 대다수 지방중소도시들은 불합리한 재정격차 속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하다. 단순히 사업에 참여하는 것만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는데,
지방도시가 현격한 행정·재정적 격차를 극복하고 수도권과 광역도시를 상대로 예산을 따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세원 이양과 실질적 형평성을 고려한 지방교부세 비율 조정 등을 통한 재정 구조의 장기적 체질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재정분권은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핵심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치입법권 강화 역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자치법규는‘법률에 규정된 사항만 할 수 있다고 엄격한 제한을 하고 있다. 즉 법률에 매여 지역별 특성과 자율성을 살릴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규정에 따르다 보면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례가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지역 환경에 맞는 조례 제정을 위해 ‘법률에 규정된 사항’을‘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사항’으로 완화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법령이 국정 운영의 기준이 되듯, 조례는 지자체가 시민을 위해 펼치는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법령이라는 틀에만 갇힌다면 지역맞춤형 정책 시행은 요연해질 수밖에 없다. 상위법인 법령에 어긋나서는 물론 안 되겠지만, 주민을 위한 정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조례가 무용지물이 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오는 11월 국회에서는 특례시 지정을 비롯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발맞춰,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오명을 벗고 이제는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당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진정한 자치분권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지방의회가 그 중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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