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섬’ 같은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에서 모처럼 전시가 열린다.

쇠락해가는 농촌 마을 한복판에 문을 연 계남정미소는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우리 일상 소중함을 주목해 왔다.

가치만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공간이었지만 이 정미소는 십 수 년간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는 곳이었다.

김지연 관장이 순전히 개인적인 의지로 이끌어온 공간. 그래서 김 관장은 계남 정미소를 ‘표류하는 섬’이라고 얘기 한다.

김 관장은 “가다가 항해를 포기 한 적도 있는데 몇 년을 쉬면 또 노 젓는 사람이 나타난다. 장근범은 이 배의 항해가 지칠 무렵에 다가왔고 포기 할 수 없다는 듯이 몇 년을 매달렸다”며 새로운 전시가 열림을 알렸다.

장근범 사진전 ‘기념사진-아시아 프로젝트1’이 지난 16일 개막, 11월 15일(금, 토, 일요일만 운영)까지 열린다.

문화예술 교육가로서 그의 관심은 아이들이 중심이었다. 그는 이 곳, 진안에서 지역 아이들과 사진 교육과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이런 인연과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참여를 통해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여러 국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전시 부제가 ‘아시아 프로젝트1’이다.

아시아 프로젝트는 ‘계남정미소에서 꼭 내 10년의 아시아 여행 맺음을 풀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자신의 여행을 잠시 멈춘 그는 “여행을 할 수 없는 막연한 초유의 시간을 겪으니 되려 여행을 통해 시작한 프로젝트를 풀고 싶었다. 여행하듯 들린 계남정미소에서 여행을 잠시 멈추고 아시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아시아를 여행하는 자들의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그의 기념사진은 기념사진을 찍는 상황을 기념한 사진이다. 

그는 이들의 기념사진들을 통해 이들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남기려 했는지 늘 궁금했고 이들의 포즈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국가와 민족은 이 공간에서 어떻게 풀어지는지, 각자 기념사진을 위해 취하는 포즈는 국가별로 성별로 어떻게 다른지를 궁금해했다.

“기념사진 속 주인공들은 늘 그 기념의 상징물 앞에서 어떠한 의식을 치르듯 다양한 몸동작이나 침묵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나는 그런 그들이 향하는 카메라 바로 옆이나 인근에서 기념사진을 기념했다.”

그래서 김 관장은 장근범의 전시를 받아들였다.

“나는 외국에 돌아다니며 찍는 기념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사진을 전시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근범의 사진은 여러 여행객이 흔히 취하는 ‘증명하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훔쳐보기’사진을 찍는다. 단순히 그 자리에 갔었다는 증명이 아니라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과 함께 여러 방식으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지나 현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옆에서 훔쳐보면서 사람과 사물을 객관화 시킨다. 그래서 같은 ‘훔쳐보기’ 사진이라도 그의 사진이 무뢰하거나 가볍지 않는 이유이다.”(김지연 관장)

그는 이 기간 또 하나의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수, 목, 금, 토요일 운영) 김 관장이 운영하는 서학동사진관에서 개인전 ‘이런 가족 같은 가족’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동문거리에서 ‘장가네 족발’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친지들이 등장하는 전시를 통해 전통적인 부계사회 구성원들의 유형적 사진을 통해 가족주의와 속성을 이야기 한다.

백제예술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장근범은 2010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문화예술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16년 ‘제5회 천인갈채상’을 수상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