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교무. 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공동대표

오랜만에 후배교무님에게 전화가 왔다. 익산성지에서 중책을 맡다가 몇 해 전 부산교구 작은 교당으로 이임 했었다. “어쩐 일 인고?” 물으니 “그냥 행님이 생각나서!”였다. 평소에 참 좋은 인연으로 마음을 담아둔 분으로 많이 반가운 대화였다! 근래의 나는 주위의 인연들을 살피거나 찾는 일이 많이 인색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쁘게 세상을 산다는 이유로 안위하며 간단한 전화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C19도 핑계거리가 되었다. 어제는 이웃형님과 대화 중에 요양병원에 구순의 노모를 모셨는데 면회도 어려우니 전화를 자주 드리지만 전화기를 붙잡고 펑펑 우시며 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다. 사람간의 거리가 이래선 안 되는 일인데 지금의 사태는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정산종사 법문에 “좋은 과일을 얻으려면 좋은 종자, 기름진 땅, 우로지택(雨露之澤), 사람의 정성이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듯 사람에게도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사람의 익힌바가 다른 습관성이 종자가 되니 좋은 습관을 들이고. 사람의 인연은 기름진 땅이니 멋진 가족들과 훌륭한 인격의 사우(師友) 등 좋은 인연을 많이 맺는 데에 전력하라. 사람의 우로(雨露)는 곧 진리와 법을 배우는 일이다. 그래야만 마음의 좋은 싹이 잘 자라서 향상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은 종종 법의 우로를 잘 받으라. 인격 완성에 있어서 사람의 정성이란 곧 스스로 공력이니, 사람이 좋은 습관을 가졌고 좋은 인연을 만났고 또 좋은 가르침을 들었다 하더라도 각자의 적공과 능력이 들지 않고는 부처를 이루는 훌륭한 인격을 이룰 수 없나니라.” 하였다.
정부는 C19 방역 지침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시했다. 당연한 결정이다. 눈으로 볼 수 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바이러스의 감염 예방은 일단 사람끼리 거리를 두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C19에 대처하는 시대적 습관으로 바이러스의 위협에 내몰린 우리 모두가 ‘안전거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 되었다. 나는 각종 모임, 회의, 행사 등으로 무척 바쁘게 살았다. 평일이건 주말이건 하루 일정이 두세 군데씩 겹칠 때에는 몸이 모자라 애를 태우곤 했다. 하지만 C19가 널리 번지기 시작한 이후 모든 약속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뤘다. 만남의 빈도를 낮추어 노출을 자재하고, 행동반경을 좁혔다. 외근과 출장이 줄고 내근을 중시하게 되었다. 퇴근 후 귀가시간은 빨라졌다. 코로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법문을 실천할 기회로 두 가지 습관을 만들고 실천을 하기로 했다.
그 첫째는, 나의 후배교무의 전화 감동처럼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인연들에게 전화나 문자 SNS 등으로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며 ‘사람간의 거리’를 확인 하는데 더욱 정성을 쏟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칫 사람간의 거리까지 소원해져서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고 서로 응원하고 위로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인간적 도리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동서고금의 경전과 책 읽는 기쁨과 행복이다. 독서에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모든 근심 걱정은 사라진다. 책 속에서 지혜를 얻고 위안을 받으며 희망을 느낀다. 독서야말로 외출을 삼가고 주말을 값지게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선택이다.
위기는 기회를 만든다. 문제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분들에게 은혜를 값는 길은, 사람간의 마음의 거리를 아름답게 하는 획기적인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머지않아 C19가 물러가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우리는 곧 ‘사람이 사람에게’ 건내는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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