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준 전주시 시민교통본부장

필자는 시내버스를 즐겨타는 편이다. 맡고있는 업무가 교통쪽이다 보니 현장을 알지 않으면 안되기에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른아침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활력을 얻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요즘은 시내버스를 탈 때 더 기분이 좋고 활력이 넘친다. 바로 전주시의 모든 시내버스에 비치되어 있는 마스크 나눔함 덕분이다. “잊지마~~스크! 깜박하셨나요? 함께타는 버스, 나눠쓰는 마스크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 아래 매달려 있는 바구니에 담겨있는 마스크를 볼때마다 따스한 온기가 온몸에 전해진다.

지난 8월 중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발동되었다. 버스, 택시, 기차 등 운송수단 내를 비롯한 건물안 등 모든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과태료가 처분(계도기간 경과 후)을 받을 수 있고, 위반으로 발생한 모든 확진 관련 검사?조사?치료 등 방역비용을 물게 될 수도 있는 등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다.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하여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특히나 버스나 택시, 지하철 등 다툼이 벌어지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불안과 무기력함이 느껴지는 일명 “코로나 블루”에 빠져들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정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때이다.

얼마전 전주지역 5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함께타는 버스 시민연대”는 역발상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바로 시내버스내에 마스크 나눔함을 설치한 것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버스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다보니 버스운전자와 승객이 감정싸움으로 치달아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이 어쩌다보니 마스크를 깜빡 잊고 버스에 탑승해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어찌할바를 몰라 가슴조리며 움추려있는 모습을 보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교통약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마스크를 마음 편히 가져다 쓰고, 다시 가져다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시내버스에 마스크 나눔함을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사실 반신반의했다. 과연 마스크가 남아날 수 있을까? 가져간 마스크를 다시 새것으로 가져다 놓을까? 마스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방법이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지만 나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마스크 나눔캠페인을 통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마스크를 구입하여 전주시 408대 시내버스에 10여장씩 놓여졌다. 뜻을 같이 한 버스회사도 나눔에 동참하였고, 얼마전엔 시민교통본부 직원들도 나눔함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를 희망하며 작은 정성을 보태기도 하였다. 마스크를 쓰지 못한 이웃을 질타하는 대신 따뜻한 배려로 감싸안으니 버스안에서는 다툼이 사라지고 도움을 받은 이웃은 또 다른 이웃을 위해 마스크 나눔함을 채워놓는 착한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여 지속되고 있는 시내버스안 마스크 나눔운동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코로나를 빨리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은 서로를 생각하고 살펴주려고 애쓰는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약도 많아지고 활동영역이 좁아지면서 불안한 마음을 쉽게 떨칠수는 없지만 시내버스에 만들어진 마스크 나눔함처럼 서로를 위한 배려의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좀 더 빨리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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